[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금융투자업계 숙원사업인 방문판매법 개정안 논의가 새해 들어서도 표류하고 있다. 김기식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여전히 ‘소비자 보호’를 강조고 있어, 방문판매 규제를 완화하려는 업계의 요구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신중하자’는 입장까지 보태지며, 업계 내 목소리도 갈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종걸 의원)’ 논의를 시작했다. 새해들어 방판법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법안은 지난달 22일 법안소위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법안의 핵심은 투자자 계약철회권을 현행 14일에서 ‘철회 불가’로 만드는 것이다. 현행 금융투자상품 구매자는 14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데, 가격변동이 심한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소비자가 계약을 철회할 경우 금융투자회사가 그 손실을 떠안게 된다. 공산품과 투자상품은 상품 성격이 다른만큼 14일 규정은 과도하다는 게 금융투자협회 측의 주장이다.
반면 ‘불완전 판매’가 여전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소비자 보호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선 ‘14일 계약 철회 규정’은 바꾸기 어렵다는 야당 주장이 맞서고 있다.
또다른 이 법안의 쟁점은 방문판매를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 범위다. 현재는 채무증권(국공채, 특수채, 회사채 등)과 집한투자증권(펀드) 등이 가능하다. 업계 측은 주가연계증권(ELS)도 방문판매로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 측은 또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방판법보다 먼저 개정돼야만, 방판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조항은 이미 자본시장법에 충분히 보장돼 있다. 추가적인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난제는 또있다. 현재는 금융투자협회 측과 야당 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으로 비쳐지지만, 정작 방판법으로 간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은행협회 측도 방판법 개정에 적극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안은 태블릿PC로 방문판매를 진행하는데, 고객은 전자상 서명을 해야 한다. 본인 확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반면 투자업계 관계자는 “은행측도 방판법 개정으로 ‘아웃도어 세일즈’가 늘어날 수 있지만,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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