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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오덕] 스마트워치 수명, 전자잉크가 살릴까?
뉴스종합| 2015-01-08 09:11
<제품부터 트렌드까지, 이른바 ‘오덕’이라고 불리는 기자가 씁니다. IT 관심 독자에겐 정보를,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겐 소위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제품 사용경험과 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궁금한 점과 다루고 싶은 부분에 대한 요구도 적극 수용합니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스마트 기기의 두뇌인 프로세서 공정의 발달로 절전 성능은 향상했지만 화려해지는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달과 맞물리면서 그 체감효과는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혁신엔 기술력 선점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 깔리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늘어났는데 왜 사용시간은 더 짧게 느껴지는 걸까요?

크게 늘어난 배터리 용량에 대한 체감효과가 적은 것은 기술력의 발전에 대한 역효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충전시간을 비약적으로 빠르게 하는 기술은 개발됐지만, 이를 담고 있는 그릇의 지속성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지난 2009년 등장한 아이폰3GS의 배터리 용량은 1150mAh에 불과했습니다. 작년에 출시된 아이폰6의 배터리 용량 1800mAh에 비하면 턱없이 작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는 4년새 85%, LG전자는 최근 2년새 배터리 용량이 45% 가량 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대기시간도 짧은데 더 작게 설계된 스마트워치라면 더 갸우뚱해집니다. 실제 LG전자 G워치R의 배터리 용량은 410mAh입니다.스펙상 연속대기시간은 65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용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틀이 채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기어S의 300mAh용량은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 대기시간이 G워치R보다 길지는 않겠지요.

최근 LG전자 G워치R을 구매한 지인은 기자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인정합니다. 투박하고 거대한 크기에서 전자시계 다운, 또 ‘오덕’스럽지 않은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했으니까요. 하지만 몇일뒤 그의 손목엔 G워치R이 없더군요. “간밤에 충전을 하지 못해서”가 이유였습니다. 퇴근시간까지 전원이 켜져 있을까 하는 불안감, 잠들기 전 충전을 해야하는 부담감. 이 문제가 스마트워치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자 숙제라는 대목입니다.

CES 2015에서 선보인 위딩스의 스마트워치 ‘액티비테’. 무려 8개월이라는 연속 대기시간에 깜놀!

IT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애플워치 역시 출시시기를 지연한 이유도 절전에 따른 설계와 배터리 수급에 대한 문제가 큰 이유라고 밝혀진 바 있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작은 크기에 담는다고 해도, 결국 사용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쓸 데 없는 기기’로 전락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가운데 위딩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 공개한 스마트워치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책에서 도입했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죠. 부품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배터리 수명을 크게 연장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배터리 대기시간은 무려 8개월. 게다가 걸음걸이와 수면패턴, 헬스메이트 등 기존 스마트워치들이 공개한 첨단기능들을 대거 탑재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디스플레이 하나만 포기하는 대신 긴 수명을 보장받은 셈입니다. 앞서 소니가 공개한 스마트밴드 ‘톡’ 역시 전자잉크를 채용한 제품이죠. 

소니의 스마트밴드 ‘톡’도 있습니다. 실제 착용해보면 정말 얇고 가볍습니다. 하지만 워치로 보기엔…

전자잉크는 LCD나 OLED와는 달리 흑백의 작은 화소를 사용합니다. 백라이트가 없어 다소 선명한 느낌은 없지만 종이를 보는 것과 같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또 긴 수명과 슬림한 디자인 설계가 가능해 스마트워치 등 차세대 웨어러블 업계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습니다. 해상도가 낮고 어두운 환경에서 보기 힘들다는 점은 단점이 있지만, 시계 본연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하죠. 

전자책 크레마 기억하십니까? 전자잉크를 채용해 종이책을 보듯 편한 가독성이 특징이었습니다.

기자의 손목에 있던 슬림한 디자인의 아날로그 시계를 본 업계 관계자가 진지하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는 그렇게 얇게 만들어야 하는데….” 기자는 “전자잉크나 흑백 화면을 쓰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하루가 빠르게 급변하는 IT업계에서 후진 기술을 재도입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겠죠. 제조사로서 자존심도 걸린 문제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기술입니다. 일단 가격이 내려가고 첨단기능을 즐기면서 오랜 사용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스마트워치 다음 주자인 애플워치의 발표가 다가옵니다. 과연 애플이 자신있게 사용시간을 공개할 지가 관심입니다. 어떤 녀석을 장바구니에 넣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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