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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猫약] 배다리의 추억
헤럴드생생뉴스| 2015-01-09 07:20
<기자가 키우는 고양이는 ‘사랑이’와 ‘소망이’ 둘입니다. ‘사랑의 猫약’은 베테랑 집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고, 초보 집사에겐 팁을 알려주는 코너입니다. 두 냥이의 성장기이자, 여왕ㆍ임금 같은 냥이들을 모시고 있는 모든 집사들에게 바치는 지침서입니다.>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첫째 이름은 ‘사랑이’ 입니다. 사랑만 듬뿍 받고 자라라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9살이 된 암컷이지만 (환상이 깨질 것 같아) 현재의 사진은 킵 하겠습니다. 2007년 식구가 된 이후 부대끼며 한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랑이의 고향은 이른바 ‘배다리’로 불리던 인천의 지하상가입니다.
낡은 우리에 갖혀 있던 녀석을 구출했습니다. 서글픈 울음소리를 들었던 때가 어느새 9년이 지났습니다.

오래 전 인천 송현동의 허름한 애견센터에서는 젖도 안 뗀 냥이들을 헐값에 업자에게 판매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사랑이도 헐값에 팔려 장터에 나온 아이 중 하나였습니다. 사랑이는 같은 치즈태비 형제들과 오밀조밀 모여 추운 겨울 거리에서 체온을 나누며 떨고 있었습니다. 당시 키우던 냥이를 어머니께서 시골로 유배를 보낸 상태라 그 모습을 보는 기자는 너무 안 쓰러웠죠.

“한 마리 구출해 갈게” 다짜고짜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늦어지면 허락 도장을 받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문자는 일종의 통보였습니다. 아내가 생각에 잠긴 시간을 틈 타 1만5000원이라는 몸값(?)을 쥐어주고 점퍼 속에 품고 서둘러 차에 올랐습니다. 30분 뒤 아내는 “꼬리 휘었는지 잘 봐 ㅜㅜ”라는 짧은 답장을 보냈습니다. 싫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급히 냥이의 꼬리를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꼬리는 휘지 않았습니다.
추위에 떨었을 녀석을 위해 바로 따뜻한 환경을 제공해주자, 지쳤는지 바로 잠들더군요.

꼬리가 휜 길냥이들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형이라고 알려진 선척적인 장애는 바로 영양결핍이 이유입니다. 적합한 환경과 영양소를 공급받지 못하는 길냥이들의 숙명입니다. 특히 새끼를 가진 어미의 영양소가 부족하면 새끼들의 꼬리가 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오래 전엔 원인을 규명하기 보다, 보기 싫다는 이유로 잘라버리기도 했었다는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선천적으로 휘어진 꼬리는 회복되기 힘들지만, 고른 영양을 갖추면서 펴지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성묘가 된 이후엔 털에 덮여 가려지기도 합니다. 미워하고 걱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내가 퇴근한 뒤 함께 찾아간 동물병원의 의사는 혀를 차며 “젖도 안 뗀 새끼”라고 말합니다. 집사 인생 처음으로 고양이용 분유를 사고 아기에게 그렇듯 젖을 물려줬습니다. 초보 집사라면 젖을 뗀 녀석을 입양하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육아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분유 값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초보 집사님들이라면 젖을 뗀 이후 입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아 경험이 없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분유는 첨부된 설명서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너무 진하게 타면 체내에서 성분을 흡수하지 못해 설사를 하고, 물이 많다면 영양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느낌상 타지 말고 설명서에 나온 정량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조사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7일 이하 냥이에겐 제품과 물을 1대 2의 비율로, 10일 이후 눈 뜬 냥이에겐 2대 3의 비율이 적절합니다. 급여 시간도 중요합니다. 어린 냥이는 약 4시간, 10일 이후는 약 8시간 간격입니다. 운다고 무작정 물려주면 설사할 수 있으니 인내하셔야 합니다.

이제 9년이 지났습니다. 까칠했던 성격도 많이 온순해 졌습니다. 사람이 그렇듯 냥이도 나이가 들면 성숙하고 눈치가 빨라집니다. 그래서 일까요, 요즘엔 무릎에 앉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지인은 “그 정도 나이가 됐으면, 이제 슬슬 이별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함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준비도 덜 됐을 뿐만 아니라, 이제 체온을 본격적으로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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