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규칙 안 정해 허수아비法 만드는 국회운영위
뉴스종합| 2015-01-09 09:59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국회의원이 조세감면과 중과세 등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을 발의하는 건수가 연간 1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이에 의원발의로 제출되는 조특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1일부터 전문기관의 평가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국회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세부규칙을 만들지 않아 적용된 지 열흘이 되도록 국회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9일 국회운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자로 시행된 ‘국회법 79조의 3’에 대한 규칙이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고 있다. 이 법은 국회의원이나 상임위원회에서 조세특례를 신규로 도입하는 법률안을 발의 또는 제안하는 경우 연간 조세특례금액이 일정 금액 이상일 때 전문 조사ㆍ연구기관에서 조세특례의 필요성, 적시성, 기대효과, 문제점 등을 분석한 평가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연간 조세특례금액 기준과 전문기관, 평가자료 작성 및 제출에 대해서는 국회규칙으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 문제는 법 시행일자 전에 만들어져야 할 이 규칙이 현재 전무하다는 것이다. 규칙이 없으면 사실상 국회법은 아무 소용이 없어지게 된다.

이 법은 안종범 청와대 수석이 의원 시설인 지난해 2월 10일 국회법을 제출해 같은 달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국회법 규칙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는 10개월 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더욱이 규칙을 담당하는 국회제도개선소위원회에 단 한 번도 상정되지 않았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규칙제정 지연을 우려해 지난달 5일 서둘러 규칙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제시를 했지만, 청와대 문건유출 논란에 운영위가 파행되면서 결국 규칙제정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당초 기대됐던 효과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국회법 심사 당시 의원발의로 제출된 조특법은 2013년 93건, 지난해 90건으로 연간 100여건에 달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기성 운영위 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에 대해 “정부가 조특법을 내려면 여러 부처 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절차가 까다로워 입법이 잘 안 돼 의원발의를 통해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의원이 발의한 조특법에 대해서도 입법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보다 정밀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에서는 조특법을 발의할 때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회법제실에 조특법을 의뢰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조특법을 발의할 때 전문기관 평가서를 같이 내야 하는 점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예년처럼 올해도 법안 제안서만 냈다”고 말했다. 현재 법제실에 의뢰가 들어온 조특법은 총 3건이다. 법제실 관계자는 “규칙이 없기 때문에 3건 모두 당연히 전문기관 평가서가 첨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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