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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는 잘 지내요”…하늘에서 온 메시지에 세월호 유가족 ‘눈물’
뉴스종합| 2015-01-13 11:10
단원고 희생 학생 부모들
해지된 아들에 문자 메시지…새 주인이 아들대신 “사랑해요”


‘가슴에 묻은 아이와의 대화…’. 이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거짓말처럼’ 벌어지며 유족에 뜻밖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녀를 잃은 단원고 학부모 A 씨가 아이에게 ‘습관처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가 ‘답장’을 받아 화제다. 이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용이 해지된 휴대전화 번호의 경우 약 15일의 ‘에이징 기간(해당 번호 재가입을 보류하는 기간)’을 거치면 재사용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A 씨는 최근 아이에게 “너 없는 세상 뭐라고 말해야 하니, 답 좀 해다오”라고 말을 걸었다. 이미 참사로 잃은 아이였기에 답은 기대치 않았다. 그런데 약 한 시간 뒤 “잘 지내고 있으니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시라”는 ‘아이의 답장’이 날아왔다. 아이가 생전 쓰던 번호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새 주인이 A 씨의 문자를 받고 위로를 보낸 것이었다. 이에 A 씨는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며 우리 아이도 무척 착했는데 하늘에서 좋아하고 있겠다”고 감사를 표했다.

세월호 희생 학생의 휴대폰 번호로 개통한 새 주인이 학생 부모가 아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장 메시지를 보내 부모의 심금을 울렸다.

몇해 전 아들을 급성 백혈병으로 먼저 보낸 한모(55ㆍ여) 씨도 지난해 믿을 수 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죽은 아들의 번호로 카카오톡 게임 애니팡의 ‘하트’가 날아온 것이다. 깜짝 놀라 카카오톡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웬 초등학생의 사진이 장난스런 문구와 함께 걸려있었다. 우연히 한 씨의 아들과 같은 번호를 쓰게 된 아이가 자신의 카카오톡에 ‘알 수도 있는 친구’로 뜬 한 씨에게 하트를 보낸 것이었다. 한 씨는 “비록 아이가 무심결에 한 행동이었겠지만, 제대로 된 대화 한 마디 나눠보지도 못하고 떠난 아들이 내게 ‘하트’를 보내온 것 같아 가슴이 저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일반적으로 고인의 휴대전화는 사망 후 해지 수순을 밟게 된다. 본인 명의든 타인 명의든 유족 등 대리인이 고인의 사망확인서와 함께 고인과의 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가지고 휴대전화 대리점을 찾으면 해지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통신사에서 고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기본 요금 등이 빠져나간다. 다만 장례 등의 이유로 해지가 늦어져도 사용 내역이 없고 사망 시점만 명확하다면 그 기간 동안의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유족이 이처럼 망자(亡者)의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것은 아니다.

A 씨와 달리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들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있다. 아들이 원래 쓰던 휴대전화는 아직도 차가운 진도 바닷속에 잠겨 건지지 못한 상태라 새 기기를 아들 번호와 연결했다. 전 위원장은 “아들의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이 간혹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다보니 차마 그걸 없앨 수가 없었다”며 “아이 엄마든 나든 가끔 아이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답을 해준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 외에도 일부 단원고 희생자 학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않고 있거나, 사고 현장에서 찾지 못한 휴대전화 대신 새 휴대전화를 만들어 지니고 있다. 단순히 참척(慘慽)의 아픔을 휴대전화로 위로를 받겠단 의미가 아니다. 아직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휴대전화 내역 등이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과 교수는 사자의 휴대전화 해지와 관련해 “다른 사람들이야 금방 잊어버려도, 가족들 마음에는 고인이 여전히 살아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그 답답한 심정을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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