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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금리 대출확대 늘었다고 하지만…실상은 ‘눈가리고 아웅’
뉴스종합| 2015-01-14 09:46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정부가 가계부채 핵심 대책으로 내놓은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대출 실적으로 잡다 보니 그 실적만 크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변동에 따른 가계대출의 위험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8.6%에 달했다. 지난해 1월 14.5%에 불과하던 것이 3월 33.1%, 5월 42.6%로 매달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잔액에서 고정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월 29.9%까지 올라갔다. 이 추세대로라면 오는 2017년까지 고정금리대출 비중 40%를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도 실현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로 잡히는 것 중의 90% 가량이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 ‘혼합형 대출’이라는 점이다. ‘혼합형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다그침에 은행들이 내놓은 고육지책용 대출이다.

혼합형 대출은 3~5년 동안 고정금리를 유지하다가 이후 변동금리로 바뀌는 대출이다. 15~35년에 달하는 대출 상환기간의 극히 일부분만 고정금리가 유지되지만, 당국은 혼합형 대출 실적도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해 준다.

신한ㆍ국민ㆍ우리ㆍ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4조5826억원에 달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실적 중 88.9%, 39조6209억원 어치가 혼합형 대출이었다. 국민과 우리은행은 그 비중이 90%를 넘는다.

실제로는 3~5년 후면 변동금리로 바뀔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포장된 것이다. 게다가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은 저금리 혜택은 누리지도 못한 채 금리 변동 위험에만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리 인상 단행으로 전 세계 시장금리가 다시 오르게 되면,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고스란히 금리 인상 위험에 노출될 수 뿐이 없다. 지난해 3년 고정금리의 혼합형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오는 2017년부터는 변동금리로 바뀌기 때문이다. 금리 하락기엔 고정금리여서 혜택도 받지 못하다가, 금리 상승기엔 오히려 변동금리로 변해 금리 위험에 노출되는 덫에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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