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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첫 장편 ‘연인 심청’ 출간…방민호 서울대 교수]“심봉사에 현대인의 욕망 투영했죠”
라이프| 2015-01-14 11:10
심청부녀의 ‘연인설화’ 현대적 재해석
“평단 인정보단 독자 반응 더 기대돼”



“‘심청전’에는 인생이 있어요. 인생이란 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잖아요. 다른 고전소설과 달리 심청전에는 그런 게 있어요.”

문학평론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 방민호(51·사진) 서울대 교수가 첫 장편소설을 냈다. 고전 소설로 잘 알려진 심청전을 현대화한 소설 ‘연인 심청’(다산북스)이다. 요즘말로 리메이크한 셈인데 그것도 4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그는 스마트폰 장문 기능을 통해 독수리타법으로 썼다. 글은 그와 친분이 두터운 스님의 핸드폰에 지난 2013년 6월부터 세달 간 연재됐다. 


무엇보다 왜 ‘효녀 심청’이 아닌 ‘연인 심청’일까. 방 교수는 심청과 심봉사의 전생설화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방 교수는 14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심청과 심봉사는 전생에 연인이었는데 선녀였던 심청이 옥황상제에게 드릴 탕약을 연인에게 주어 선계에서 쫒겨나게 된다. 둘은 아비와 딸로 태어나 죄의 댓가로 딸은 평생 아비를 먹여 살리는 운명을 갖게 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사실 주인공은 심청이지만 방 교수가 부각시키려 한 인물은 심봉사다. 스무살에 이유없이 갑자기 눈이 멀지만 과거시험으로 출세하려는 욕망을 끝까지 불태우는 인물이다. 공양미 300석에 딸을 파는 아비일 뿐만아니라 술과 여자를 밝히고 골패놀음도 즐긴다. 동네 여인네들에게 껄떡꺼려 비웃음을 사는 현대인의 욕망의 화신으로 방 교수는 심봉사를 형상화했다.

방 교수는 “심봉사는 바로 나다”라고 했다. “심봉사의 인간됨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연인 심청’이 현대소설일 수 있게 하는 근거”라는 얘기다.

그의 ‘심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20여년에 이른다. 판소리계 소설을 현대화한 채만식 연구를 박사논문으로 쓴 방 교수는 채만식에 대한 오마쥬로 채만식의 시각을 곳곳에 차용했다. 그러나 방 교수는 채만식에서 한발 더 나간다. 채만식이 현대인의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고자 한 리얼리즘 시각을 확장시켜 그는 채만식이 지우려한 천상 선녀계의 신비스런 이야기, 부처님의 원력 이야기도 고스란히 담아냈다,

거기에는 소설이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소설적 답변이 들어있다.

“소설은 재현이 아니라 제시라는 거죠.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지 있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여주는 것도 삶을 제시하는 방식이고, 그게 리얼리즘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정의함으로써 그는 고전소설의 신비스러운 걸 취할 수 있었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온몸을 내던지는 사랑과 구원의 여인 심청이 보였다.

고려시대 배경이다 보니 해학과 풍자의 묘미가 살아있는 구어적인 부분과 예스러운 말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깊었다.평론가로서 문단의 사정을 잘 아는 그는 “제 소설을 평가해줄 것 같지는 않다”며 “처음부터 독자와의 관계만 생각하고 썼다”고 털어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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