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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문채원 "이제 서른, 점점 연기 앞에서 두려움이 없어져요"
엔터테인먼트| 2015-01-15 07:46
배우 문채원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많은 사람들이 단아함, 청순함을 연상시키지 않을까. 지금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묵직한 연기로 사랑을 받았던 문채원이 이번에는 술에 취해 진상도 부리고, 세 남자에게 여지를 주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썸녀'로 스크린을 두드렸다. 망가짐도 주저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왔지만 현우 존재 자체를 사랑스럽고 돋보이게 만든 건 문채원이기에 가능했다.

14일 개봉한 '오늘의 연애'는 원하는대로 다 해주지만 항상 차이는 준수(이승기)와 18년 째 애매하게 여지만 주고 결정적일 때 응답하지 않는 현우(문채원)의 사랑 이야기다.



극중 문채원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기상캐스터지만 18년째 준수(이승기 분)와 썸만타고 있는 현우 역을 맡아 이승기와 '찬란한 유산' 이후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문채원은 현우의 이면은 물론 감정을 입체적이면서 현실감있게 연기했다. 실제로 문채원의 모습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 하지만 문채원은 현우와 비슷한 점은 20%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승기가 본인과 준수는 80% 비슷하다고 하는데 저는 사실 20%도 잘 안맞았어요. 현우의 모습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실제 저와는 많이 달라요.(웃음) 비슷한 점은 저도 춤을 좋아하고 흥이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현우처럼 친하다고 잘 때리지도 않고 술도 싫어해요. 여우짓도 잘 못해요."

문채원은 그 동안 로맨틱코미디를 지양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보여줬던 연기 역시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무게감 있는 연기를 해왔다. 그런 그가 '오늘의 연애' 출연을 결정했을 땐,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찍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채원이 '오늘의 연애'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엽기적인 그녀'나 '싱글즈'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작품 경우에는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서 있었는데 이후 개인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가 섹시코드가 많이 들어가있고 스토리에 끌려가더라고요. 보는 내내 재미는 있지만 캐릭터가 다시 보고 싶거나 그리움은 남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이 작품 원래 제목이 '세 남자의 그녀'였어요. 제목 보고 여자가 사건을 일으키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캐릭터라 끌렸어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도 않고, 제가 할 지도 몰랐어요. 그런데 누군가 '서른이 되기 전에 로코 작품 하나는 남겨두는게 좋지 않겠냐'는 조언을 해줬는데 크게 와닿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으니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스스로 '그래서 넌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어떻게 할건데?'라는 자문을 하게 됐고 그 연기를 하는 제가 보고싶더라고요. 이후 수많은 대본 중 이 시나리오의 캐릭터들이 인간적으로 와닿아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에 하나의 동기가 더 작용됐다. '찬란한 유산', '최종병기 활',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등 문채원의 대표작은 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문채원은 대중이 새로운 것을 원할 것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드라마적이고 딥한 작품을 좋아해서 몇 년을 집중해서 해왔어요. 그러다보니 그런 에너지가 고갈이 되더라고요. 전 아직 지겹지 않고 더 할 수는 있는데, 제 안에 깊은 뭔가가 생기기 전에 대중이 저를 지겨워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에 '굿 닥터'를 하니 밝은 모습도 좋아해주시는 것을 보니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리는 것도 참 의미있는 작업이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런 모습의 정점을 찍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이내믹한 현우가 참 잘 맞았어요."

'오늘의 연애' 속 현우가 동진(이서진) 때문에 고민하며 술에 취해 준수에게 주사를 부린다. 신나게 웃고 떠들다가, 엉엉 울기도 한다. 술취한 후 하는 행동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후회한다는 전화도 서슴없이 한다. 문채원의 주사 연기는 '리얼 그 자체'다. 술을 안 먹는 사람이 하는 연기라고는 도무지 상상이 안 갈 정도. 이런 망가지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문채원의 사랑스러움이 가장 극대화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배우 일을 해오면서 온갖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을 많이 봐왔어요. 술 안먹는 사람이 술 먹는 사람과 함께 있는건 사실 고역이죠. 그런 자리가 참 지루했는데 엄마께서 '네가 하는 일이 사람을 표현하는 일인데 그런 것도 잘 관찰해봐'라고 하시더라고요. 이후 관찰을 하게 됐는데 이후로는 꽤 흥미롭더라고요. 그렇게 관찰한 것들을 연기할 때 적용했어요."

"감독님이 많이 주문하신 부분이 '현우는 사랑스러워야 한다' 였어요. 감독님께서 계속 짚어주셔서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다른 부분에 꽂힐 수도 있거든요.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현우가 그렇게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문채원은 날씨 리포팅을 하며 다양한 의상을 선보인다. 짧은 치마, 타이트한 원피스 등 트렌디한 기상캐스터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문채원의 의상은 영화 속 또 다른 포인트로 적용돼 볼거리를 더한다.

"의상 피팅을 많이 했어요. 한 작품에서 여러가지 옷을 입는 게 아직까지 번거롭지 않고 좋아요. 기상캐스터 옷은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현우는 리포팅을 할 때는 몸에 붙는 옷을 입지만 평소에는 편한 복장을 입는다) 기상캐스터 분들도 그런 것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 편한 옷 입고 싶을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직업군의 힘든 점도 신경을 썼어요."

올해 문채원은 서른이 됐다. 20대 여배우를 대표하던 시간을 관통했고, 이제 30대로서 조금 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다리고 있다.

"배우로서 나이를 먹으니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두려움이 없어지더라고요. 마음이 열렸어요. 예전에는 키스신도 민감했어요. 그 배우와 키스신을 안찍고 싶은게 아니라 제가 민망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좀 자연스러워지고 대범해졌어요. 30대가 되서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은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문채원에게 준수, 동진, 효봉(정준영) 중 자신의 이상형은 누구냐고 물었더니 "셋 다 아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현실이라면 세 남자 모두 이상하지 않나요? 동진은 여유가 없는 사람이잖아요. 아내에게 전화오면 바로 가고 사준 지갑도 놓고 가고요. 막내는 너무 들이대죠. 사실 준수도 답답해요. 하하. 그래도 준수가 셋 중 가장 남자답고 소탈한 것 같아요. 승기가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셋 중에는 제 이상형이 없네요.(웃음)"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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