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등 법률사무소가 즐비한 서초동 한켠에 자리한 법무사 김모(66)씨의 사무실.
김 씨의 사무실에는 김모(40)씨, 오모(37)씨, 이모(35)씨 등 세 명의 사무장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 세 명은 2012년 7월 9일 법무사 김 씨와 약정을 하나 맺었다. 개인회생사건을 법무사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선임해 처리하고 자리당 매월 60만원씩 ‘자리값’을 법무사 김 씨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법무사 김 씨는 세 명으로부터 각각 60만원씩 월 180만원을 앉아서 받게 되는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사건을 선임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데이터 판매업자에게 건당 50~60만원을 주기로 하고 개인회생신청자들을 소개받았다.
각자 역할분담도 확실히 했다. 가장 연장자였던 김 씨가 업무를 총괄하고, 오 씨가 상담 및 신청서, 제출위임장 등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고, 이 씨가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다니며 법원의 보정서를 작성ㆍ제출했다.
업무에 능숙한 이들은 각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개인회생신청 서류 작성 등을 대행해주고 건당 150만원의 수임료를 받아챙겼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총168회에 걸쳐 이들이 받은 수임료는 2억 7345만원에 달했다.
수임료가 쌓이는 재미에 빠진 이들은 각자 활동하려는 유혹에 사로잡혔다. 먼저 행동에 옮긴 이는 맏형인 김 씨. 그는 세 명이서 같이 범행을 저지르고 있던 2012년 10월26일부터 이미 독자적으로 서류 작성을 대행해주며 2013년 7월12일까지 19명의 서류 작성을 대행해주고 2890만원을 받았다.
오 씨와 이 씨는 김 씨와 결별한 뒤 2013년 2월5일 법무사 김 씨와 다시 약정을 체결했다. 일이 익숙하다보니 2월7일부터 4월10일까지 두 달 새 76건의 서류 대행을 해 주고 1억1580만원을 수임료로 받았다.
4월 법무사 김 씨와도 결별한 이들은 새로운 법무사 오모(73)씨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1년여만에 212회에 걸쳐 개인회생신청 서류 작성을 대행해주고 3억2580만원을 받았다.
한편 법무사 김 씨와 오 씨는 이들 세 명의 범행을 방조하면서 각각 3400만원과 1666만원을 자릿값으로 받아챙겼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정수)는 김 씨, 오 씨, 이 씨 등 법무사 사무장 세 명에 대해 변호사법위반으로, 법무사 김 씨와 오 씨에 대해서는 변호사법위반방조 혐의로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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