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스위스, 환율ㆍ주가 출렁…스위스 중앙은행 최저환율제 폐지 왜?
뉴스종합| 2015-01-16 16:29
[헤럴드경제=인터내셔널섹션]스위스 중앙은행(SNB)이 15일(현지시간) 통화가치 상승을 막고자 도입했던 최저환율제를 3년여 만에 폐지해 스위스프랑 가치가 급등했다고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로 인한 여파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 스위스 대형은행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최저환율제 폐기하고, 기준금리도 50bp 낮춰=SNB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과대평가 우려는 줄었다며 최저환율제를 폐기한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위기에 따른 통화 가치 급등에 대비해 2011년 9월에 고정환율제나 다름없는 최저환율제를 도입했었다.

SNB는 이와 함께 통화가치 상승에 대비해 기준금리도 현행 -0.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이자가 아닌 수수료를 더내야 한다.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사진은 스위스 베른에 위치한 스위스 중앙은행(SNB) 본부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이날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위스프랑의 유로화 대비 가치는 한때 30% 이상 폭등했다가 11.76% 수준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스위스 대형은행들은 통화가치 급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전망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전일 대비 크레디스위스 은행은 10.6%, UBS는 10.8% 떨어졌다.

▶느닷없는 최저환율제 폐기 왜?=SNB 측은 불과 며칠 전만해도 유로당 최저 환율을 1.2 스위스프랑(CHF)으로 설정한 것이 디플레와 경기침체를 견제하는 ‘디딤돌’이라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갑자기 최저환율제를 포기하면서 시장충격이 컸다고 로이터 등 주요 언론은 보도했다.

유럽 경제 전문가들은 SNB 측의 입장 변화는 예측불가 상황으로 의외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지난 9∼14일 경제 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스위스가 ‘올해 최저 환율제를 포기할 것’이라고 전망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자 사설에서 깜짝쇼 때문에 탄탄하던 SNB의 신뢰가 깨졌다고 논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CNBC 회견에서 “상당히 놀랐다”면서 “(SNB 총재인 토머스) 조던이 나한테도 귀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어도 (주요) 중앙은행장들과는 (사전에)소통했어야 했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SNB가 이처럼 다급했던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CHF 가치가 급등하지 않도록 시장에 개입하면서 불어난 SNB 자산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1년 9월 최저 환율제를 채택하고 난 뒤 SNB 자산은 4950억 CHF(약 552조6100억 원)으로 무려 4배 이상 불어났다. 이는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약 80%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제 규모로 비교할 때 대규모 양적완화(QE)를 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나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보다도 부담이 훨씬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유럽중앙은행(ECB)이라는 지적이다. ECB가 5년여 만에 첫 디플레에 빠진 유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극단책으로 이르면 오는 22일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도 사들이는 QE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CB의 QE 채택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그 반작용으로 CHF 가치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SNB로서는최저환율제를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금융 칼럼니스트 조지 매그너스는 FT 기고에서 ‘SNB가 대형 사고를 쳤다’면서 앞으로 3가지 장애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나는 디플레 심화를 피해야 하며, 두번째로는 통화 강세로 스위스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수출과 또 다른 주요 수입원인 관광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이와함께 세 번째로는 SNB가 보유자산 가치의 급락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보유자산의 약 50%가 유로화라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ygmoo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