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인건비+재료비’라는 산업사회의 경쟁방정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개발비(혁신)÷시장규모(효율)’라는 새로운 창조경제 방정식에서 단일기업은 이 방정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가 발생한다. 단일기업이 창조경제 경쟁방정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는 단일기업 경쟁시대에서 복합 생태계 경쟁시대로 이전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활동의 양대 축은 효율과 혁신이다. 효율은 반복되는 사업을 잘 하는 것이고, 혁신은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혁신은 전체에는 바람직하나 혁신 주체는 실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100% 성공하는 혁신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도전을 전제로 하나, 도전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그런데, 거대 조직일수록 안정 지향적이다. 불확실한 도전은 배제되고 혁신은 위축된다. 즉 조직의 규모와 혁신성은 반비례한다. 글로벌 대기업들이 와해적 혁신을 외부 혹은 내부의 사내벤처라는 독립 조직을 통해 조달하는 이유다.
혁신은 조직이 작을수록 활발해지고, 효율은 조직이 커질수록 증대된다. 우리는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혁신적이 돼야 한다’는 창조경제 패러독스 해결을 요구하게 된다.
대안은 혁신의 공간과 효율의 공간을 분리하고 이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구글플레이와 같은 개방 플랫폼(Open Platform)이 바로 창조경제 패러독스를 해결하는 공간적 대안이다. 대형 플랫폼은 시장효율을 제공하고 작은 앱 개발자들은 혁신을 제공한다. 한국은 수직 계열화된 닫힌 플랫폼은 세계적 수준이나, 수평 협력적인 개방 플랫폼은 매우 미흡하다.
다양한 개방 플랫폼의 등장이 한국의 창조경제 생태계 구현의 핵심과제일 것이다. 창조경제가 수많은 개방 플랫폼들의 거대한 초 생태계로 구성된 것은 창조경제 패러독스 극복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창조경제는 초(超)플랫폼 경제다.’
실제로 생명현상은 항상성(homeostasis )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통해서 진화적 적응을 해간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푸는 열쇠는 바로 부분과 전체의 분리에 있다. 전체는 안정적이고 부분은 혁신적이 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플의 앱스토어다. 앱스토어 플랫폼 자체는 안정적인 효율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플랫폼 위에 있는 앱들은 혁신적이다. 그 앱들은 수많은 실패 속에서 일부분이 성공한다. 실패한 앱 개발자들은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다. 혁신을 시장으로 전달하는 그 비싼 인프라인 도로는 애플이 깔아 놓았다.
플랫폼경제가 의미하는 것은 이러한 혁신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부분과 전체를 분리했다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변화와안정 같은 갈등을 극복하는 수단이 바로 자기 조직화한 생명이 추구한 방식이다. 개별 세포는 100일이 지나면 교체되나 인간의 생명은 그보다 훨씬 오래간다.
효율과 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대안이 바로 플랫폼을 통한 효율과 혁신의 결합이다. 바로 창조경제 패러독스 극복의 해결책이 플랫폼인 것이다.
<‘플랫폼경제, 새 패러다임의 도래’ 연재 순서>
1.왜 플랫폼경제인가?(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2.창조경제 패러독스와 플랫폼(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3.플랫폼, 기업생태계 경쟁의 시작(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4.플랫폼의 종류와 유통플랫폼(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5.플랫폼창업이 성공하려면?(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6.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가치사슬의 변형과 새로운 패러다임(김준익 창조경제연구회 연구원)
7.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 ‘교차보조’에서 나온다(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
8.애플의 경쟁력은 디자인이 아닌 서비스 플랫폼(PAG&파트너스 대표)
9.플랫폼으로서의 도시와 빅데이터(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10.규제ㆍ폐쇄에 갇힌 한국의 플랫폼경제(이민화 카이스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