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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칼럼] 대태협 감사 경선이 준 교훈
엔터테인먼트| 2015-01-29 16:15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 전북태권도협회 유형환 회장이 1월 27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5년도 대한태권도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감사에 선출됐다.

상대 후보로 나섰던 충남태권도협회의 나동식 회장과의 경선에서 이긴 결과다.

유형환 회장과 나동식 회장은 모두 대한태권도협회(KTA)의 감사를 지냈다. 먼저 감사를 했던 것은 나동식 회장이다. 나 회장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임기 2년의 감사에 선출됐었다. 그러나 2014년 7월 감사직에서 물러났고, 보궐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유형환 회장이 선출됐다.

사진: 충남태권도협회 나동식 회장이 대한태권도협회 감사 선출 경선에서 전북태권도협회 유형환 회장(이상 왼쪽부터)에게 패했다.

그리고 2015년 1월, 신임 감사를 놓고 전, 현직 감사 두 사람이 맞붙은 것이다.

유형환 후보를 추천한 사람은 강원도태권도협회의 오수일 회장이었고, 나동식 후보를 추천한 사람은 서울시태권도협회의 강영복 회장이었다.

유효 대의원 수는 당사자 2명을 제외한 19표. 대의원 10명의 마음만 얻으면 감사가 될 수 있었다.

이전 감사 선출이 합의가 아닌 경선의 모양새를 띄자 두 후보자의 자존심 대결이 물밑에서 보이지 않게 치열하게 펼쳐졌다.

한 대의원은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합의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를 보였으나 두 후보에게 정식으로 건의되지는 않았다.

결국 표결에 부쳐졌다. 투표의 결과는 김태환 회장의 제안에 따라 득표수는 발표하지 않고 당선자만을 발표하기로 했다.

투표 전, 두 후보의 짧은 정견 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1번으로 나선 유형환 회장은 비교적 짧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고 2번으로 나선 나동식 회장은 짐짓 여유있고 자신있는 어조로 감사의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투표 전 예상에서는 나동식 회장이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최소한 10표는 나동식 회장에게 쏠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태환 회장이 득표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표결의 결과는 11대 8. 유형환 회장의 승리였다.

결과가 발표되자 나동식 회장은 침묵을 통해 실망감이 느껴졌고, 유형환 회장은 굳게 다문 입술을 통해 자존심을 지킨 만족감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나동식 회장은 왜 졌을까?

나동식 회장은 스스로 역대 감사 중에서도 감사로서 본연의 임무에 가장 충실한 감사였다고 자부해왔다.

나 회장은 정견 발표에서도 “감사는 협회 사무국을 괴롭히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확한 행정을 지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신 있게 말했었다.

나 회장을 지켜본 바로서는 그의 말이 크게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나 회장 이전의 감사들이 추상같은 감사의 역할을 했다기 보다는 기본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번 투표의 결과는 감사 직무를 누가 더 잘할 것이냐 보다는 누가 더 우리 시도협회와 가까우냐에 따라서 표심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 그것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나 회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나 회장은 이번 총회에서도 그랬지만, 여러 번에 걸친 KTA 총회를 비롯한 회의에서 한 협회의 대표로서 의견을 발표하고 주장을 하는 것을 넘어서, 회의 석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한 마디로 “당신들은 행정을 잘 모르지만 나는 행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나의 주장이 대부분 옳다”는 것이다.

나동식 회장의 말처럼 행정을 알고 그것을 감사로서 지적하는 것은 유형환 회장보다 나 회장이 더 잘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정치적으로는 나동식 회장을 지지하는 대의원이 이번 총회에서 더 많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의외로 나온 것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부분에서 나 회장이 유 회장에게 뒤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변하는 것은 이미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사 선거에서 한 가지 정도는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동식 회장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태권도인들도 마찬가지다.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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