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등에서 급속 확산되는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바람은 심각한 중독성과 가정파탄 등 폐해 측면에서 지난 2004~2006년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성인 오락게임 ‘바다이야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이형택)는 필리핀에 사무실을 두고 350억원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김모(39) 씨 등 6명을 검거해 이 중 3명을 구속, 나머지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에게 도박사이트 운영 계좌를 공급한 박모(41) 씨 등 5명과 통장을 빌려준 김모(29) 씨 등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운영자 김 씨 등은 고향 선후배 사이로 필리핀 등에 본거지를 두고 서버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댓글을 통해 자신들의 사이트를 홍보했다.
이 사이트도 여느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처럼 기존 회원이 다른 회원을 추천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갔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에 대비해 사이트 도메인 주소를 3개월마다 바꾸는 치밀함을 보이며 2년 6개월간 운영됐다.
해당 사이트는 국내외 주요 스포츠만 대상으로 하는 공식 스포츠토토와는 달리, 러시아 아이스하키에서부터 이집트 축구,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목을 운영해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이 사이트는 1회당 100만원 한도로 회수에 제한 없이 무한 베팅할 수 있는데다 베팅할 팀조차 소위 ‘사다리게임’으로 찍어 스릴감을 높여 회원들을 도박 중독에 빠지게 했다.
검찰은 도박사이트 운영으로 발생한 불법 수익을 전액 추징하고 숨긴 수익에 대해서는 보유 재산을 추적해 철저히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기소된 일당 이외에 소재지를 알 수 없어 기소 중지가 된 4명을 쫓는 한편, 도박에 참여한 회원들도 모두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강도높은 단속에도 불구, 사설 토토에 빠져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설 토토를 이용하면 가계 파탄과 형사처벌 가능성, 돈을 입금한 뒤 사이트가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 등 무수한 위험이 존재한다. 하지만 강한 중독성 때문에 쉽사리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사설 스포츠토토를 수년째 이용하고 있는 B(31) 씨는 “야구든 축구든 스포츠 중계방송을 오랫동안 보다 보면 경기를 보는 눈이 쌓이고 누가 이길지, 어떤 선수가 골을 넣을 가능성이 큰지 등에 대한 감이 생긴다. 그게 스포츠도박에 빠지게 되는 계기”라고 털어놨다.
B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합법 스포츠토토를 이용해보기도 하지만 베팅금액이 1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종목이 다양하지 않아 큰 재미를 못 느낀다”면서 “결국 ‘토쟁이’들의 종착점은 불법 사설 토토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사설 토토는 베팅 회수에 제한이 없고, 24시간 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아프리카 3부리그 축구 경기까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을 운영하고, 청소년들도 통장만 있으면 이용이 가능해 그 유혹이 강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공식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불법이지만, 이용하다 검거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설 토토에 빠지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합법적인 스포츠토토 시장 규모는 3조원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시장의 규모는 이보다 더 빠른 추세로 커져 약 7조6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이같은 사설 스포츠토토 운영자를 사칭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될 대포통장을 모집하기도 한다.
이들은 “통장과 현금카드를 빌려주면 우리 이용객들이 입금하는 금액의 10%를 대여비로 주겠다”며 유혹한 뒤 이에 속은 사람들로부터 통장을 대여받는 방식이다.
누구에게든 통장이나 현금카드를 양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자신이 대여해준 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되면 피해액수에 따라 형사처벌의 강도가 세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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