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송가연’으로 통하는 여리여리한 미녀파이터 박지혜(25ㆍ팀포마)가 데뷔전 압승으로 전업파이터로서 가능성에 청신호를 켰다.
박지혜는 지난 2월 1일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021 대회 여자 애텀급(48㎏) 원매치에서 일본의 공수도 출신 이리에 미유(22ㆍ팀소버린)를 2회 3분31초만에 파운딩 연타에 의한 TKO로 꺾고 승리했다. 이로써 박지혜는 인생에 한 번의 기회 밖에 없는 데뷔전 승리를 챙겼고, 이리에 미유는 2패째(무승)를 기록했다.
‘두명의 레게 머리’. 박지혜(위)가 이리에에게 완벽한 백마운트를 점유한 뒤 측두부와 안면에 펀치를 가하고 있다.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초반 공 소리와 함께 달려나간 박지혜는 이리에의 앞밀어차기에 뒤로 나동그라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이리에를 테이크다운한 뒤 마운트를 점유하는 등 그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발휘했다. 반격이나 스윕을 포기한 채 터틀포지션으로 잔뜩 웅크린 이리에를 백마운트로 부여잡고 야무지게 그라운드니킥을 연사할 때는 관중석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바닥에 깔려 있던 이리에가 기술 없이 힘만으로 이스케이프를 시도하자 박지혜가 긴 다리와 팔로 감으며 자세를 만들고 있다.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2회 들어서도 곧바로 테이크다운에 성공한 박지혜는 시종일관 상위포지션을 유지하며 이리에의 안면을 마운트펀치와 파운딩으로 공격했다. 무리하지 않고 힘을 다 뺀 채 콩닥콩닥 두들기는 박지혜의 펀치는 리드미컬하면서도 집요했다. 처음엔 실소하던 관중들도 진중하게 이 모습을 지켜봤다.
다시 마운트포지션을 차지한 박지혜가 펀치를 날리기 시작한다. 이리에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다.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분명 위력은 없는 편이었지만, 때린 곳을 집요하게 계속 때렸다. 서브미션 기회는 수 차례 있었으나 파운딩을 고집했다. 그라운드에 꽁꽁 묶인 채 저항불가 상태였던 이리에의 얼굴은 점점 붉게 상기됐고, 심판이 달려들어 경기를 뜯어말렸다.
이리에가 몸을 돌려보지만 양다리로 이리에를 꽉 붙들어둔 박지혜의 펀치는 계속된다.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일방적인 경기였다. 박지혜는 상처나 대미지 없이 케이지 입장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깨끗한 얼굴을 한 채였다. 활짝 웃으며 코너맨들을 향해 익살스런 제스처를 취하는 등 승리의 순간을 만끽했다.
마운트펀치 세례에 팔을 내저으며 반항하는 이리에를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계속 펀치를 내는 박지혜.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이번 경기를 통해 박지혜는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동체급에서 장신에 속하는 168㎝의 신장을 그라운드에서도 잘 활용했다. 하지만 상대의 앞밀어치기에도 뒤로 튕겨나가고, 하위 포지션의 상대가 팔을 붙들자 이를 뿌리치지 못하는 등 근력 부족도 노출했다.
심판이 TKO를 선언하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오른팔을 번쩍 치켜드는 박지혜. [사진=정성욱 기자/mr.sungchong@gmail.com] |
굳이 비교하면 힘이나 공격성, 밸런스에서 송가연과 비교하기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전업파이터가 되기 위해 최근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박지혜가 ‘제2의 송가연’이 아닌 ‘제1의 박지혜’가 되려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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