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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흑자’ 그림자 짙어지나…“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여도 걱정”
뉴스종합| 2015-02-02 14:17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34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연간 누적 894억2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수지를 찬찬히 띁어보면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수출호조→경상수지 흑자’라는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부진으로 인한 수입 감소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갈 수록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4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는 72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13억2000만 달러까지 치솟았던 11월에 비해 축소된 규모지만 전년 동기(66억 달러) 보다는 6억2000만 달러 늘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1986년 6월부터 3년 2개월간 이어진 최장 흑자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누적 경상수지는 894억2000만 달러로 2013년의 811억5000만 달러보다 82억7000만 달러 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은이 제시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 900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전년보다 10.2% 늘었다.

한은의 전망치 보다 낮다고는 하지만 수치로만 보면 양호한 성적표다.


하지만 34개월째 경상수지 흑자 행진의 이면엔 국제유가 급락과 내수 부진으로 인해 크게 줄어든 수입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상품수지 흑자규모가 전년 827억8000만 달러에서 928억9000만 달러로 늘었다고는 하지만, 수출(6215억4000만 달러)이 전년보다 0.5% 증가한 데 비해 수입(5286억6000만 달러)은 1.3%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상품수출은 6215억4000만 달러로 전년 6181억6000만 달러 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상품 수출 증가율은 2009년 마이너스(-15.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제 상품수출 증가율은 2010년 27.4%, 2011년 26.6%를 기록한 이후 2012년 2.8%, 2013년엔 2.4%로 뚝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엔 0.5%로 사실상 0%대로 가라 앉았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데엔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수입 감소폭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상품 수입은 지난해 5286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 떨어졌다. 상품수입은 지난 2011년 5580억10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내리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이에 대해 “공급 측면의 유가 하락이 경상수지최대 흑자에 영향을 미쳤지만, 수요 측면의 경기 부진도 동반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 일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과 정부는 이처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황형 흑자’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

노충식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이와 관련 “수출 증가율 둔화나 수입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며 “원유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은 국내 경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 팀장은 그러면서 “통관 물량 기준으로 12월 수출이 증가했고 소비재 수입 증가율도 10%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황형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물량으로 따진 통관 수출은 4.4%, 수입은 4.7% 증가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940억 달러로, 지난해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날로 커지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놓고도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 대규모로 들어온 달러가 원화 강세를 불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듯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너무 많으면 환율 절상(원ㆍ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올해 흑자 폭을 작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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