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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건 더 싸게, 비싼 건 더 비싸게…모바일ㆍ디지털 시장 양분화
뉴스종합| 2015-02-04 16:14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삼성전자는 지난달 30만원대의 스마트폰 갤럭시그랜드맥스와 40만원대 갤럭시 A5를 출시했다. 80만원대 이상인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 S시리즈와 함께 국내에서 중저가폰과 프리미엄폰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이다. 중국과 인도 시장을 겨냥한 30만원대 E시리즈와 10만원대 Z1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시장에선 중저가와 프리미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제품 및 가격전략이 한결 뚜렷이 보인다.

그런가하면 LG전자는 최근 15.6인치 대화면에 무게는 1390g인 동급 최경량 노트북 ’그램15’를 출시했다. 가격 142만∼204만원인 프리미엄제품이다. 현재 국내에서 노트북 시장의 최저 가격대는 20만원~3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싼 건 더 싸지고, 비싼 건 더 비싸진다. 휴대폰과 노트북을 비롯한 모바일ㆍ디지털 기기 시장에서 점차 중간지대가 엷어지고 고가의 프리미엄과 중저가 제품군으로 양분화되는 경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시장의 전반적인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분화된 경제가 미국 시장을 어떻게 재편하는가”(How Two-Tier Economy Is Reshaping the U.S. Marketplace)와 “스마트폰 시장, 럭셔리 아니면 최저가”(In Smartphone Market, It’s Luxury or Rock Bottom)라는 제하로 잇따라 이같은 현상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각 기업과 브랜드는 프리미엄과 중저가로 양분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가격 다변화 전략’을 취하거나 어느 한 쪽만을 타깃으로 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다변화냐 차별화냐

휴대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가격 다변화 전략의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부문에서 프리미엄 과 비(非)프리미엄 시장 비율은 50대 50정도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모델인 S시리즈에서 A, E, Z등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전략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프리미엄으로 차별화 전략을 밀어붙이는 대표적인 기업은 애플이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 아이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6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군이 포함된 안드로이드폰의 평균판매단가는 254달러에 불과했다. 변종 안드로이드(포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샤오미는 220달러였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의 판매량을 추월한 중국에서 아이폰은 부유층들의 선물로 큰 인기를 누릴만큼 ‘럭셔리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삼성의 가격 다변화 정책은 곧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중저가 시장에서는 샤오미 등과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말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몇 년 내에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가 기술개발 중인 휘고 밀고 잡아당길 수 있는 고가의 스트레처블(strechable) 모델과 올해 내 상용화 계획을 발표한 구글의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 같은 모듈러 제품이 각각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노트북ㆍ카메라ㆍ오디오

양분화 경향이 뚜렷한 또다른 디지털 기기 부문은 노트북시장이다. 국내에선 LG전자, 삼성전자, 애플 등이 형성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과 20만~30만원대의 중저가 상품이 시장의 상ㆍ하한선을 형성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는 차별적인 기능과 쓰임새때문에 지난해 노트북 시장 규모는 성장했다”며 “프리미엄 제품군에서는 화면 크기와경량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시장과 달리 카메라와 오디오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 전략’만이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카메라 부문에선 ‘똑딱이’라 불리는 저가형 일반 디지털 카메라, 오디오 시장에선 MP3플레이어 시장이 대부분 스마트폰에 의해 잠식 당했기 때문이다. 


오는 6일 자사의 미러리스 카메라 플래그십 모델 OM-D 시리즈의 신제품 발표를 앞둔 올림푸스의 한 관계자는 “일반 디지털 카메라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며 “프리미엄 제품군인 OM-D 시리즈와 하이엔드급인 보급형 미러리스 기종 PEN 시리즈가 주력 상품”이라고 말했다. OM-D 시리즈는 110만~250만원대(번들렌즈 포함), PEN시리즈는 70~80만원대다. 


휴대용 MP3 플레이어 전문 제조업체였던 아이리버 역시 프리미엄 제품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아이리버의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저가형 MP3플레이어 시장은 스마트폰에 대부분 잠식당한 상태”라며 “하이파이 오디오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부터 아스탤앤컨(Astell&Kern)이라는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로 고음질 플레이어 AK시리즈를 발표해오고 있다. 포터블 플레이어는 60만원대 후반부터 270만원대까지다. 또 최근에는 최초의 거치형 네트워크 오디오 시스템 AK500N을 내놨다. 이 제품의 가격은 1400만원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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