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안보 주도권과 수권 능력
뉴스종합| 2015-02-05 14:24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분법적 사고는 대체로 위험하지만, 어떨 땐 상황을 손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군부 출신이 정권을 잡았을때 ‘안정이냐, 혼란이냐’는 이분법적 구도가 선거판을 좌우한 적이 있었다. 군부 출신 집권을 안정으로, 말 많고 비판 많은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혼란으로 ‘치환’해 버리는 수법이다.

안정과 혼란으로 편 가르기를 시도한 것 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성장이냐, 분배냐’로 가르는 것도 오해를 살 수 있다. 보수정권은 성장만을 도모한 채 분배를 외면하고, 진보적 색채의 정당은 그 반대라는 논리로 비약되기 십상이다. 흐름은 맞을지 몰라도 엄밀히 맞는 말은 아니다. 나라엔 엄연히 성장을 도모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있는가 하면 분배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도 있다.

‘개발과 SOC를 담당하는 국토부는 보수, 환경보존과 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환경부는 진보’라느니, ‘법무ㆍ교육은 보수, 문화ㆍ고용은 진보’라는 괴상한 편가르기도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유기체는 왼팔과 오른팔, 머리, 가슴, 두 다리 처럼 17부3처17청이 다양하고 균형잡힌 활동을 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이분법적 생각도 있다. ‘안보는 보수, 통일은 진보’라는 얘기다.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도 그럴 것이, 국방 분야 전문가는 새누리당에 많고, 대북 긴장완화 주장은 새정치민주연합쪽에서 많이 나온다. 남북 긴장 완화를 주장하면서 대북 경계 강화를 말하기가 어렵기에, 국방ㆍ안보 이슈는 보수파 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야당에게 유리할 것 같았던 2012년 대선 당시, 집권 탈환을 노리던 민주당이 정권교체 역량 즉 수권능력을 얘기할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이 ‘안보’ 이슈이기도 했다. 안보에 대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내부 요구가 있었지만, 통일 이슈와 조화시키기 어려워 선명한 구호로 설득력의 극대화를 노리는 선거판에서 국방분야 정책 개발을 차순위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고, 북한이 핵개발과 도발 의지를 여전히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안보 분야는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들이 반드시 분명한 철학과 의지를 가져야할, 수권능력의 바로미터이다.

십수년간 국방이슈에서 수세에 몰리던 야당이 5일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젠다 선점에 나서 주목된다. 군내 기강문란, 성추문 등은 안보 분야 핵심은 아니다. 이날 민주당이 내놓은 주제는 ‘방위력 개선’에 관한 것이다.

예비역 대장인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위력 개선비가 모자란다는 점을 공론화했다. 백 의원은 국방부가 지난 4일 ‘2016~2020 국방중기계획’과 관련해 중간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5년간 필요한 방위력개선분야 중기 재원은 96조원인데, 현재 기준이 되는 국가재정운용 계획은 66조원으로, 무려 30조원에 달하는 방위력개선비가 모자란 상황”이라며 “올해 국방예산이 37조 4560억 원임을 감안하면 거의 1년 치 국방예산에 버금가는 예산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차기 전투기, 한국형 전투기, 차기 다련장 등 주요 무기획득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고,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준비 중인 킬 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전력증강계획에 위기를 초래한 이유는 MB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이어져 온 국방예산 홀대가 주원인”이라면서 여권을 공격했다.

백 의원은 “더 우려스러운 점은 박근혜정부가 향후 중기계획에 맞는 국방예산 재원을 끌어올 여력도, 의지도 없다는 점”이라면서 “재정이 어렵다고 우리의 생존이 달린 국방예산까지 축소하지 말고, 법인세율만 MB정부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도 우리 국가안보를 든든히 할 재원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에서 안보 이슈가 제기된 것은 신선하다. 특히 ‘북의 핵 위협 대비’라든지, ‘미사일 방어체계’라든지 대북 ‘햇볕정책’ 10년간 제대로 거론하지 못하던 주제, 보수정당에서 자주 거론해왔던 국방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만 하다.

그러나 여전히 낯설다. 어설픈 점이 한 눈에 보인다. 방위력 개선과 전력 증강의 최종 대안이 기업에게 손을 벌리는 ‘법인세율 상향’에서만 찾는 것은 “다양한 대안 모색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나라의 최근 70년 역사에 비춰 어떤 정권에서든 국정의 ‘상수(常數)K’처럼 최우선 고려대상이 되어야 할 국방ㆍ안보에 야당이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습은 ‘수권능력’을 ‘시위’하는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보다 정교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얼치기”라는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군기 문란과 비리, 추문 등으로 국방부를 포함한 여권이 수세에 몰리고, 야권이 안보이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함에 따라, 앞으로 수권능력을 가늠할 국방 정책을 둘러싸고 양측의 경쟁이 볼 만 하게 전개될 것 같다.

때마침 이날 양당 대표도 국방 관련 내용을 언급에 눈길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방의 길을 묻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국방혁신의 가장 중요한 것은 동의와 의지라며 동의를 얻고 의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국방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임을 앞두고 가진 출입기자와의 오찬간담회에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 전쟁 도발인데도 이명박 정권은 즉각 응사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정권이 안보를 말 할 자격이 있느냐며 여권을 비난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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