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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일베, 하태경 그리고 루신
뉴스종합| 2015-02-06 15:04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때아닌 ‘테러 혐의범’ 응호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신은미ㆍ황선의 토크콘서트에 ‘사제폭탄’ 테러를 가한 오모(18) 군이 석방 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인증글 때문입니다. 지난 5일 극우 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는 자신을 오 군이 밝힌 인물이 출소까지 과정을 인증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반성은커녕 기분이 좋아 ‘두부 파티’를 갖기로 했다는 등 경거망동의 글이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오 군은 또 각계 보수 인사들이 보낸 응원 편지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보낸 편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하 의원의 친필 편지에는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단 비폭력적 방법으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에 비판의 화살은 하 의원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테러범’을 옹호할 수 있냐는 논리입니다.

하태경 의원실은 지난달 오 군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격려의 의미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폭력을 쓴 어린 학생에게 폭력 쓴 것 반성하고 앞으로는 절대 폭력 쓰지마라고 계도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나요? 죄를 미워하되 죄지은 사람은 교정해서 새 사람 되게해야죠. 죄지은 사람은 아예 접촉을 하면 안되나요?”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하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 군이 파티 모습과 함께 편지를 공개하면서 비폭력을 당부한 편지가 마치 폭력을 옹호한 것처럼 왜곡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결코 오 군에 행동에 대한 지지나 격려의 메시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종북 세력’과 늘 정치적으로 대립해 온 하 의원이지만 그가 보낸 편지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 성인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고 기자 역시 믿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무엇보다 오 군이 벌인 일은 엄연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엄중한 범죄입니다.

또 오 군에게 증오의 대상일뿐인 ‘종북’ 사상의 유해성을 알려주기보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게 진짜 민주주의임을 알려주는 것은 어땠을지요.

결국 반성 없는 오 군의 행동으로 하 의원은 편지의 의도와 순수성마저 의심받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며 새삼 중국의 대문인 루신(魯迅)이 남긴 산문 가운데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가 떠오릅니다.

“물에 빠진 개를 때리지 않으면 도리어 개에게 물린다. 물에 빠진 개를 불쌍히 여기면 나중에 선량한 사람이 고생하게 된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적용하려면 적어도 물에 빠진 개들이 인간다워진 다음에 해야 한다.”

한편 오 군은 지난 4일 석방됐습니다. 전주지방법원 소년부는 토크콘서트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청중을 다치게 하고 재물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오 군 사건을 검찰에 돌려보냈습니다. “사안의 성격상 소년재판으로 진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동기와 죄질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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