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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최고의 한주
헤럴드경제| 2015-02-07 10:00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코스닥은 지난 한주가 꿈 같았다. 7년에 가까운 어둠의 굴을 통과해 드디어 수면(지수 600선)위로 고개를 내민 한 주였다. 600선을 코앞에 두고 지수가 자꾸 주저주저하자 ‘과열’이란 진단도 나왔다.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도 쏟아졌다. ‘대형주로 갈아탈 때’란 조언이 나온 것도 이 때다. 그러나 코스닥은 600선 돌파 이튿날에도 600선을 견고히 지켰다. 우려를 기우로 바꿔버린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5일 600.81을 기록하면서 역사적인 신고점을 통과했다. 지난 2008년 6월 26일을 마지막으로 600선 아래 지하터널로만 다니던 암흑기를 사뿐히 즈려 밟은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우려들이 쏟아졌다. 단기간에 오른 지수는 떨어질 때도 가파르기 마련인 탓이다.

사진= 한국거래소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

그러나 코스닥 지수는 600고지를 밟은 다음날인 지난 6일에도 600선을 견고히 지켰다. 6일 코스닥 지수 마감 종가는 604.13포인트였다. 전일 대비 0.55% 지수로는 3.32포인트가 더 오른 수치다.

코스닥 지수가 앞으로 더 떨어질 지, 오를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코스닥 지수가 과거와는 체질적으로 많이 달라졌다는 관계자들의 얘기는 투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으니 들어봄 직 하다.

과거 코스닥은 코스피의 ‘2부 리그’ 쯤으로 해석됐다. 거래소 종목들은 한국을 이끄는 대형주들이 다수고, 이들 회사에 물품을 납품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었다. 이는 곧 코스피 지수에 따라 코스닥 지수도 연동해 등락을 거듭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종목들 대다수는 자체 영역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기업들이 대다수다. 예컨대 코스닥 대장주 다음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최강자다. 시총 2위인 셀트리온은 지난 6일 화이자의 영업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 덕에 10% 넘게 급등했다. 컴투스와 CJ E&M도 모바일 게임 영역에선 최강자로 통한다. 공통점은 모두 독자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경쟁력있는 기업들이란 점이다.

코스닥의 주당 가격이 낮아 한 때 코스닥 종목들을 동전주(주당 1000원 미만)라 불렀던 일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탄탄한 실적으로 지난해 말 상장했던 새내기 주식들이 최근들어 적지않은 오름폭을 보이고 있는 것도 더이상 코스닥을 동전주라 낮춰 부를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다.

주가 조작 세력이 들어올 여지도 좁아졌다. 코스닥 시장은 시총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조작’이 용이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올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 동안 오가는 거래량은 약 2조원 가량에 이른다. 2~3년전 하루평균 거래 규모가 1조2000억원 안팎이던 때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세력의 ‘주가 장난’이 가능한 지점은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다 과열종목 방지 장치 등 각종 규제들도 과거보다 더 촘촘해진 그물로 세력의 조작을 방어해내는 구실을 한다.

소형 기업들의 주요 상장 폐지 원인이었던 횡령이나 배임 발생 건수도 크게 줄었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성으로 이어지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2013년 말 9% 수준이던 코스닥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에는 12%로까지 늘어났다. 소형 위험에 크게 동요하는 개인들에 비해 비교적 주가가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코스닥 활황은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의 수가 늘어난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는 모두 68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는데,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업종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 종목들은 올해 초 관련주 붐을 타고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새내기 종목들의 상승세와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코스닥 대장주들 그리고 시장 신뢰성 등이 어우리지면서 지수 600선을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김재준 코스닥시장본부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스닥 600선 돌파는 결코 거품이 아닙니다. 질적으로 많은 발전이 이뤄졌습니다”며 “코스닥 시장은 건전성을 확보해가고 있고, 본연의 특성도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말대로 체질이 바뀐 강한 코스닥이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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