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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없는 폭주…예고된 시민단체의 위기
뉴스종합| 2015-02-09 09:58
“감시장치 전무해 불투명성 높아” 비판

진입장벽 없어 정체불명 시민단체 난무

감시자를 감시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



[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시민단체는 한국 사회의 굵직한 성장 마디마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비약적 성장을 해왔지만, 그에 따른 적절한 견제장치가 없어 권력화하고 투명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난립에 따른 질 저하와 정부의 관리 부실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잇따른 시민단체 논란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했으나 그에 따른 책임ㆍ감시제도는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데서 비롯했다”고 진단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경우 내부에서부터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 지적이 많았다. 

<그래프 출처: 행정자치부>

한 시민단체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A 씨는 “직원들 사이에 후원금 사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며 “대표가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챙기고 있다는 소문 등 내부서도 말이 많은데 외부에서 믿고 후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와 연결된 한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B 씨는 “해외 본사에서 국내로 파견나온 외국인 직원은 높은 월급을 받지만 국내에서 뽑은 국내 직원은 박봉에 시달린다. 둘의 연봉차가 2배 이상 나는 것 같다”고 했다. B 씨는 “국내 직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는 것인지,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왜 이런 구조인 것인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내부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불만만 팽배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단체의 난립도 질(質)적 저하를 초래한 한 요인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사진설명>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집회를 벌인 한대련 대학생 및 시민단체 회원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헤럴드경제DB사진]

행정자치부에 통계에 따르면 정부에 공식 등록된 비영리민간단체 수는 2008년 8175개에서 2011년 1만209개로 1만개를 넘어섰고, 2012년(1만889개), 2013년(1만1579개)에 걸쳐 꾸준히 늘어나다 작년(1만2252개)에 1만2000개를 돌파했다.

박상필 성공회대 NGO 대학원 교수는 “장화식 사건의 경우 NGO 사회에서도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그 단체의 존재를 잘 몰랐다”며 “기업 비리, 정부 예산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매우 적은데 말하자면 NGO 사회 사각지대에서 이번 사건이 터진 셈”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설립에 특별한 진입장벽이 없어 우후죽순 단체가 생겨났고, 어떤 단체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시민단체 사회 내부에서도 서로 모를 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정부의 관리 부실도 시민단체의 일탈에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시민단체의 증가세에 대해 “시민사회의 급속한 성장과 민간단체의 공익활동 중요성이 최근 부각되면서 그 수가 급증했다”는 교과서적인 설명만 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을 신청한 시민단체의 전체 숫자만 집계할 뿐 환경, 경제, 인권 등 각 분야별 시민단체 숫자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그걸(활동 영역) 파악하려면 다시 단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 한다”고도 했다.

홍 교수는 “시민단체는 영향력에 비해 자기들이 내세우는 도덕적 엄격성, 책임성, 투명성 등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되는데 거기에 대한 보장이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자율적인 성실성에 맡겨두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이어 “감시 역할을 하는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또 다시 감시해야 하는 딜레마 즉, 감시자를 감시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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