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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통합만 기다릴 수 없다”…전열 재정비 속도 내는 하나은행, 왜?
뉴스종합| 2015-02-09 10:02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이 무산되면서 하나은행이 발빠른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불과 엿새만에 속전속결로 신임 은행장 선임에 나서면서 조직 추스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 금융권에선 이를 놓고 조기통합이 사실상 물건너간 만큼 하나은행이 ‘장기전’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통합은행장을 놓고 차기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의 경쟁구도가 전망됨에 따라 향후 하나금융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부터 주총까지…하루만에 은행장 선임=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9일 오전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후보자 3명에 대한 최종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오후엔 곧바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잇달아 열고 은행장 선임 작업을 마무리한다. 하루 사이에 임추위 인터뷰에서부터 이사회, 주주총회까지 차기 은행자 선임을 위한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 짓는 초스피드 선임이다.

임추위는 앞서 지난 6일 1차 회의를 열고 김병호 부행장(하나은행장 직무대행), 함영주 부행장(충청사업본부 담당), 황종섭 부행장(영남사업본부 담당)을 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법원이 외환은행 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지 불과 이틀만에 은행장 선임 작업에 나선 것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은행장 선임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엿새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차기 은행장으로는 김 부행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향후 하나은행ㆍ외환은행의 통합작업은 차기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 박성호 전략담당(CSO) 전무가 주도하는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은행장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낸 것은 대행 체제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분석에서다. 저금리ㆍ저성장 등 금융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대로는 현상 유지도 힘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타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 510억원의 어닝쇼크를 기록,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순이익 1조원 돌파에 실패했다.

다만 신임 행장이 선임되더라도 급격한 인사이동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과의 통합이 무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말 인사 때 통합을 고려해 애써 줄인 임원 자리를 다시 늘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겸직 임원의 업무 과부하를 고려해 미세한 업무조정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은행장 선임 다시 ‘안갯속’으로=하나은행이 당분간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한 내부 정비에 나섬에 따라 하나금융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조기통합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하나은행장 자리의 공석으로 김한조 외한은행장이 자연스럽게 통합은행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신임 하나은행장이 선임되면 김 행장은 신임 행장과 통합 행장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조기통합을 주도했던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과 정진용 하나금융 준법담당 상무, 주재중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전무 등 3명의 임원이 합병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했다. 김 행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통합 은행장 자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외환은행이 지난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당기순이익이 17.8%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은 점도 김 행장의 약점이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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