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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대여해 건물 지은 무면허 건설업체…공사규모 4조원대
뉴스종합| 2015-02-09 17:48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등록증(면허)을 구비한 건설업체의 법인 명의를 무면허 업체에 빌려주고 그 대가로 수백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면허 대여업자 이모(60)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일당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건당 200∼30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7336회에 걸쳐 무면허 업체에 면허를 빌려주고 18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무면허 업체가 행한 공사의 규모는 4조200억원에 달했고, 대부분 신고가 누락됨에 따라 8100억원에 달하는 탈세가 이뤄졌다.

경찰조사 결과 면허 대여업자 이 씨 등은 먼저 브로커 허모(37ㆍ여) 씨 등 4명으로부터 1억8000만원 가량에 면허를 양도받았다.

앞서 허 씨 등은 면허 발급에 필요한 자격증 등을 빌려 면허를 갖춘 건설업 법인을 세운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 등 30명은 이런 방식으로 22개의 법인 명의를 무면허 업체에 건당 200∼300만원을 주고 빌려줬다. 1개의 건설업 법인 명의는 보통 6개월에서 1년가량 이용된 뒤 폐업됐으며, 적게는 40여회에서 많게는 770회까지 대여됐다.

정상적인 면허를 가진 건설업 법인의 명의만 빌린 무면허 공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면허를 빌린 무면허 업체는 총 299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씨 등은 수수료만 챙겨 폐업하고 무면허 업체는 이 건설업 법인의 명의만 빌려 공사를 한 뒤 흔적을 감췄다”며 “이 때문에 세금 탈루, 4대보험 미가입, 불법 건축물 양산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무면허 업체가 신축한 건물은 빌린 명의로 착공 신고를 했기 때문에 만약 완공 후 하자가 발생해도 그 보수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

또 수백만원에 달하는 돈이 면허 대여 비용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그만큼 부실시공의 우려도 크다.

그러나 현행 규정은 건설업 등록증을 빌려준 사람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만을 규정하는 등 처벌 수위가 약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이 같은 범행에 유혹에 빠지고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건축행정시스템이 각 지자체 사이에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도 한몫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3일 국토부에 면허 대여법인 적발 현황을 통보하는 한편 건축행정시스템의 개선을 제안했다”며 “이같은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 범죄 수익을 몰수토록 하는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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