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데이터랩] 신용카드에 묻어나는 ‘한국인의 動線’
뉴스종합| 2015-02-11 11:27
지난해 대중교통 카드사용액 4조515억…5년새 92% 늘어 대표적 결제수단 방증
국산차 구입하는 데 13조4262억 결제…전년보다 고작 3.4%↑…외제차 선택 탓

레저·패션잡화·상품권 등 씀씀이 감소…노래방마저 1.7%↓…팍팍해진 삶 반영
자녀 학원비 줄어든 대신 애완견 지출↑…1인가구 늘고 저출산 갈수록 심화 해석


지갑은 부(富)의 상징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두둑한 지갑은 배포를 키웠다. 가슴팍으로 느겨지는 지갑의 두께는 자신감의 두께로도 읽히곤 했다. 인간의 선천적인 욕망이 꿈틀대는 이상 이런 경험은 남의 얘기도 아닌 곧 나의 얘기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지갑 안에 꼬깃꼬깃 들어가 있는 지폐는 더 이상 부의 상징도 아니다. 오히려 빈(貧)의 상징이다. 그 흔한 신용카드 한 장 없이 거추장스런(?) 지폐를 들고 다니는 것은 그만큼 경제력이 없거나, 아니면 반대로 뭔가 구린(?) 곳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로 들린다.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을 사더라도 카드를 내밀고, 택시를 타더라도 혹은 버스를 타더라도 지폐를 꺼내는 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카드 한 장이면 통한다. 지폐의 빈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카드 한 장에 한국인의 생활상이 오롯이 담겨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산차요? No…택시비도 카드로=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난해(11월말 기준) 대중교통에 쓴 카드비용은 4조515억원에 달했다. 불과 5년전 대중교통에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이 2조196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사이에 92.1%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 대중교통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전년에 비해 무려 20.2% 늘었다. 신용카드가 그만큼 한국인의 대표적인 결제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지난해 국산신차를 구입하는데에 지불한 신용카드 금액은 13조4262억원. 이는 5년전에 비해선 무려 57.8% 늘었지만, 전년에 비해선 고작 3.4% 늘어난데 그쳤다. 해마다 신차 값이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왜?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갈수록 국산차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같은 값을 주더라도, 아니 웃돈을 좀 더 얹어서라도 국산차 대신 외제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수입차 판매량이 월간 최대인 1만9930대를 기록한 것만 봐도 쉽사리 알 수 있다. 2010년만 해도 시장점유율이 6.9%에 불과했던 수입차 점유율은 2012년 10%를 돌파한 후 지난해엔 13.9%까지 올랐으며, 올해 1월엔 급기야 18.1%로 20%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골프장 사용금액 감소…왜?=한국인이 지난해 골프장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2조75억원으로 5년전 1조9515억원에 비해 고작 2.9% 늘어나는데 그쳤다. 심지어 전년에 비해선 2.0% 줄었다. 골프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라는 얘기도 된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 골프 금지령 해금‘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것 처럼 공무원의 골프장 출입이 금지되면서 골프장 경기가 갈 수록 좋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한국인의 삶의 척도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레저시설/레저용품, 노래방에서의 신용카드 사용금액 역시 각각 1.9%, 1.7% 줄은 것만 봐도 그렇다. 경기가 팍팍할 수록 씀씀이를 줄이게 되는 패션잡화는 2.6%가 줄었으며, 상품권 역시 0.8% 감소했다. 유흥 및 사치업은 전년에 비해선 6.6%, 5년전에 비해선 무려 22.8%가 줄었다.

▶학원비 대신 동물병원비?=교육비 비중이 갈 수록 줄어드는 대신 동물병원에 지출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연간 학원비로 지출한 카드금액은 지난 2011년 9조7335억원으로 꼭지점을 찍은 후 지난해엔 8조3727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5년전에 비해 무려 7.0% 줄은 수치다.

반면,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카드금액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0년 2844억원에 그쳤던 동물병원 카드사용 금액은 2011년 3617억원, 2012년 4280억원, 2013년 4688억원, 지난해엔 5403억원으로 급증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자녀 학원비로 사용할 돈을 애완견에 지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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