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세탁기 파손사건’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삼성ㆍLG전자가 재판을 앞두고 살벌한 장외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가 세탁기 파손현장 동영상을 공개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공식 블로그에 반박하는 입장자료를 게재했다.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건으로 난타전을 벌인 양사가 치열한 여론전에 돌입하면서 전선이 확대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17일 공식 블로그에 “ LG전자가 어제 공개한 세탁기 파손 동영상에 대한 삼성전자의 입장을 말씀드립니다”라는 입장자료를 올렸다. 앞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 16일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결백을 주장했다. 당시 매장 현장 폐쇄회로(CC)TV 녹화분을 담은 8분45초짜리 동영상은 경쟁사 세탁기 파손이 고의가 아님을 증명하는데 중점을 뒀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세탁기 경첩 파손의 고의성 ▷증거제출용 세탁기 동일성 여부 ▷삼성전자 직원의 목격 여부 등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블로그 글에서 “건장한 조 사장이 세차례나 체중을 실어 세탁기 문을 누르는 것은 경쟁사 제품을 테스트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면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조사장의 행위가 분명한 목적을 담고 있는 파손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조사장의 행동이 경쟁사 제품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통상적 과정이라는 LG전자 측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전자 측은 전날 공개한 동영상에서 “엔지니어 출신 조 사장이 제품을 살펴볼 때 몸에 밴 일상적인 행동”이라면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직원의 목격 여부에 대해서도 전체 동영상을 살펴보면 당시 직원들이 문제가 된 세탁기와 떨어진 곳에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측은 블로그 글에서 “동영상에서 클로즈업된 부분이 아닌 전체 영상을 보면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파손할 당시 삼성 프로모터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LG전자가 사건 현장 동영상을 자의적으로 편집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얘기다.
증거제출용 세탁기 동일성 여부에 대해서도 삼성전자 측은 “LG전자가 조사장이 파손한 제품과 증거로 제시된 동영상 제품은 다르다면서 이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검찰은 편집본이 아닌 전체 동영상을 충분히 검토한 후 고의로 파손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당초 삼성전자는 전체 동영상 공개 여부를 검토했지만 공개하지 않고 법원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 모두 장외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재판과정에서 전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단순한 비방전을 넘어 법정공방에 돌입한 양사 갈등의 골은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세탁기 파손 사건을 두고 검찰이 합의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는 것은 당분간 화해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디스플레이 계열사간 기술유출 의혹을 둘러싼 재판도 이어지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는 실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기술 유출과 관련해 두 번째 법정다툼을 벌이게 됐다. 앞서 양사는 2011년에는 ‘3D TV’와 관련해 기술 논쟁을 벌였고, 2012년에는 ‘냉장고 용량’, 2013년에는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표현을 두고 논쟁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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