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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한미 합동순찰 3년…미군범죄 줄고, 상인 불만 커졌다
뉴스종합| 2015-02-23 09:39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안녀하세여.”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지난 16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술집 ‘아OOOO’. 주한미군 헌병 병장 맥다니엘(31)은 익숙하지만 서툰 한국어 인사를 내뱉으며 이 집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입춘이 지났어도 아직은 겨울이라 찬 새벽 공기가 실내로 급습해 들어갔다. 미 헌병들은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추며 수색을 시작했다. 

*사진설명=미군범죄 예방 차원의 이태원 한미합동 순찰이 시작된지 3년이 지났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2011년 112건이었던 미군 관련 범죄는 2012년 50건, 2013년 53건으로 줄었다. 상인들은 술 먹고 난동부리는 미군이 많이 줄었는데도 수색 강도는 여전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술집 안에 있던 취객들은 갑작스런 라이트 세례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동안 술집 마룻바닥은 어느새 빗물 섞인 군화 자국으로 도배가 됐다.

헌병들은 술집 안의 커튼도 걷어 젖혔다. 맨다리를 황급히 담요로 감싸던 술집 여종업원은 짜증섞인 말투로 “(미군)없어요, 없어”란 말을 연발했다.

테이블 뒤쪽에 앉아 있던 마담은 마치 가택 침입이라도 당한 듯 불만 짙은 모습으로 물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비벼껐다.


헌병 수색은 인근 ‘△△클럽’으로 이어졌다. 헌병들이 출입문을 찾기 위해 클럽 입구에 줄서 있던 손님들을 헤집자 줄은 금세 흐트러졌다.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 있던 한 외국인 여성은 담배연기를 길게 헌병대 쪽으로 내뿜기도 했다. 여자 헌병 플레릭(25)과 몸이 부딪힌 거구의 흑인 남성은 황급히 양손을 어깨 위로 올리며 “노 오펜스(No offenceㆍ의도한 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문을 열고 클럽이 위치한 지하로 내려가자 끈적한 분위기의 리듬 앤 블루스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다. 박자에 맞춰 스킨십을 벌이던 남녀는 산통 다 깨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몇몇 취객들은 여자 헌병들에게 치근덕거리며 시비를 걸기도 했다. 미 헌병들은 주인과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미군범죄 예방 차원의 이태원 한미합동 순찰이 시작된지 3년이 지났다. 


MP(Military Police)순찰이라 불리는 이 단속은 주한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기승을 부리던 2012년 1월부터 시행됐고, 2013년 12월부턴 일일 1회 실시가 정례화됐다.

야간 통행금지 시간(새벽 1~5시)을 정해놓고 이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미군에 대해 바로 기지로 이송 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수색으로 진행되는 합동순찰에 이태원 상인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 헌병이 들이닥치면 갑자기 범죄집단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손님들도 질색해 매출에도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태원 한 상인은 “순찰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색하는 방식이 너무 원시적이기 때문에 불쾌한 기분이 든다”며 “술 먹다 걸린 미군은 그냥 데려가면 그만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상인들에게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술 먹고 난동부리는 미군이 많이 줄었는데도 수색 강도는 여전하다는 점도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2011년 112건이었던 미군 관련 범죄는 2012년 50건, 2013년 53건으로 줄었다.

또 말이 합동순찰이지 사실상 미 헌병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안으로 굽는 팔’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 수준을 면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순찰팀은 미 헌병 3명, 카투사 1명, 용산서 소속 의경 1명으로 구성된다. 재한미군관할권에 관한 한미행정협정인 SOFA에 의거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때만 우리 의경의 협조를 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수색 및 길거리 검문 등 나머지 분야에선 사실상 미 헌병의 단독 순찰이라 해도 무방한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상인들이 받는 피해나 충격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상인들은 내국인이 외국인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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