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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범죄자 낙인…좀더 믿어줬으면”
뉴스종합| 2015-02-23 11:11
일부 교사 그릇된 행동 때문에…
책임감·부담감 막중 인식…그래도 고맙다는 말들으면 뿌듯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터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린이집 내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달라는 학부모님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돼요. 하지만 보육교사들을 조금만 더 믿어주셨으면 좋겠어요.”

2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느티나무 어린이집에서 만난 보육교사 박모(26ㆍ여) 씨는 화장실에 다녀온 원생의 손을 깨끗이 씻기며 이렇게 말했다.

만 3세 아동들이 모여있는 ‘개나리반’의 담임, 박 씨는 매일 10시간 넘게 15명의 원생들을 ‘엄마’처럼 돌보고 있다. 

2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박모(26ㆍ여) 씨가 아이들을 챙겨주고 있다.

식사부터 화장실 문제까지, 손이 많이 가는 나이대라 한 명도 버겁다. 퇴근하면 쓰러져 자기 바쁘다. 그럼에도 박 씨의 ‘원동력’은 아이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학부모들의 감사말도 힘이 되긴 마찬가지다.

박 씨는 “일부 보육교사들이 저지른 그릇된 행동으로 대다수의 보육교사들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의심받는 현실에 기운이 빠진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보육교사가 4살 원생을 때린, 이른바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발생한지 23일로 45일이 지났다. 이 ‘충격적인 사건’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어린이집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을 둘러싼 사건ㆍ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학부모가 묻기도 전에 CCTV를 보여주는 ‘진풍경’도 등장했다. 하지만 일선 보육교사들은 이러한 현실이 마치 모든 보육교사들을 잠재적인 아동학대범으로 몰아가는 듯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보육교사 커뮤니티에는 이에 회의를 느끼고 어린이집을 그만둔다는 이들도 적잖다.

박 씨가 일하는 느티나무 어린이집에는 CCTV가 단 한 대 뿐이다. 그마저도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구 쪽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대신 언제 어디서든 아이와 보육교사의 활동을 지켜볼 수 있는 유리창이 각 교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 통원 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아침마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어린이집을 찾는 학부모들은, 이 유리창을 통해 아이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매일같이 아이의 등ㆍ하원을 시키다보니 담임 보육교사와의 면담도 수시로 이뤄진다.

이날도 3살 원생 ‘주하’ 엄마가 아이를 등원시키며 “아침부터 주하가 계속 어지럽다고 하는데 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박 씨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처럼 학부모와 어린이집 교사의 교류가 잦다보니 느티나무 어린이집의 대다수 학부모들은 CCTV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과의 교류가 잦은 만큼 보육교사들이 느끼는 책임감 및 부담감도 더욱 크다.

이에 느티나무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평가인증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등 행정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임금도 다른 어린이집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연히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벌써 2년째 아이를 느티나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주부 황모 씨는 “3살난 아들이 7살이 될 때까지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오는 24일 어린이집 내 CCTV 의무 설치를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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