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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무원, 경찰 뺑소니하고도 “기억 안난다”면 끝?
뉴스종합| 2015-02-24 08:07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지난 22일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이를 저지하던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를 받고 있는 미8군 소속 군무원 T(31)씨는 경찰에 출석해 경찰상해 및 도주사실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T씨에 대해 지난 23일 조사를 벌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T씨가 사건 당시 운전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이태원 거리에 음주단속이 실시되고 있는 여부, 경찰을 차로 친 사실, 도주 기억 등에 대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후 T씨는 경찰 조사 후 미 헌병으로 인도됐는데, 문제는 이제부터 우리 경찰이 T씨에 대한 수사나 처벌에 대해 주도적으로 진행할만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T씨의 행적을 역추적해 음주여부를 추정하거나 T씨를 재소환해 조사를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주한미군의 협조를 받아야 해 우리 경찰이 다치고도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행협(SOFA) 담당 검사의 지휘를 받아 추가 소환하는 등 조사하겠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합리한 규정이 도마 위에 다시 오르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때엔 미군 헌병에 신병을 넘기기 전에 1차적으로 초동 수사를 할 수 있지만 현행범으로 검거하지 못한 경우엔 미군이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해야 본격적인 조사를 할 수 있다.

T씨에 대한 조사는 용산서가 미군 측에 출석요구서를 보낸 뒤 14시간만에 이뤄지게 됐다. 조사에서 음주측정 결과 T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였고, 약물테스트도 음성으로 나왔다. 사건 발생 후 한참이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 군무원에게 편의를 봐주거나 하는 식으로 SOFA 조약이 악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단기적으로는 미군 측에서 한국 사법 당국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장기적으로는 범죄인도협정에서 균형을 찾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T씨는 지난 22일 오후 10시 30분께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로 입구에서 음주단속을 피하려고 콜벳 승용차를 몰고 10∼20m가량을 역주행하다 이를 막아선 서모(40) 경사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서 경사는 200m 정도 떨어진 이태원역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처리하다 T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을 역주행하는 광경을 보고 차를 막아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서 경사는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몸에 찰과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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