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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김상복]‘경청’은 춤추는 고래를 깨닫게 한다
뉴스종합| 2015-02-24 11:04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을 생각해 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지 모르나 경청은 그런 고래를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것이 경청의 힘이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게 되면 말 하다 말고 스스로 알아 차리게 된다.

칭찬이야 필요하지만 문제는 칭찬 시점과 방법일 것이다. 칭찬이 드러난 성과에만 제공된다거나 칭찬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판단이 노출되어 일관성이 흔들린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칭찬을 강조하더라도 긍정적 관계 형성이 먼저다. 흔히 칭찬을 강조하는 이유가 칭찬을 통해 동기부여 할 수 있고 틈틈이 칭찬을 제공함으로써 부여된 동기를 유지하게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칭찬이 진정으로 효과가 나려면 드러난 산출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산출해 낸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칭찬은 독이 되기 쉽다. 책 속의 돌고래도 조련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로 인한 존재확인이 밑바탕 되었기에 행동에 대한 칭찬 신호가 효과가 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성과만이 아니라 그런 성과를 도출해 낸 당사자, 그 존재를 칭찬하라는 것은 말이 쉽지 몸으로 익히기는 정말 어렵다. 닭살 돋지 않게 표현한다면 “음, 자네와 한 팀이라는 사실이 제일 기쁘군, 자넨 해 낼 줄 알았어. 자네니까 그것이 가능한 것이야.” 이런 표현 정도다.

이것이 힘들면 차리리 생각을 달리 해 볼 수 있다. 칭찬하기 보다는 상대를 인정(認定)하고, 그의 행동과 존재감을 승인하겠다는 태도를 갖는다. 가령 부하나 자녀의 행동과 감정을 인정하고 그가 팀이나 가족의 동등한 일원임을 승인하는 것, 그 사람의 자리, 영역, 존재감을 승인하는 것이다. 당신은 나와 협력관계의 틀 안에 함께 하고 있다고 적극적 표시를 내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하나 자녀를 칭찬해 주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안달에서 벗어나고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칭찬(praise)과는 다르다. ‘인정-승인-칭찬’ 이라는 세가지 의미가 복합되어 있다. 이런 단어가 어크날리지먼트(acknowledgement)이다. 즉 칭찬에 앞서 인정하고 승인한다는 표현을 먼저 하고 중요시 하는 자세다.

이것 보다 더 간단한 비법이 있다. 바로 경청이다. 경청이란 상대와 함께 하며(listen with) 듣는 것이다. 상대의 말만 듣기 보다는 하고자 하는 내용과 의미, 밑에 깔린 감정은 물론 숨기려고 머뭇거리는 욕구를 듣는 것이다.

경청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의견이나 느낌을 상대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공감적 이해를 보여준다. 그렇게 되면 말하는 상대는 상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거울효과라 할 수 있다. 그러니 경청하는 것 만으로도 상대가 스스로 알아 차리게 된다. 상대가 경청을 해 주면 자신도 모르게 경청해 주는 사람과 긍정적 관계를 맺고 싶어지고 자발적으로 동기부여 할 뿐만 아니라 동기점화(點火)도 스스로 하게 된다.

사람은 대화 중에 자신의 내부 정보를 밖으로 끌어 냄으로써 비로소 그 정보를 자신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상대가 깊이 경청하면 할 수록 속마음을 털어 놓게 되고 언어화하고 밖으로 발화(發話)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욱 더 깊이 인식하게 된다. 말하면서 자각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가 세포간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접촉한 상태에서 신호를 주기도 하지만 떨어진 상태에서는 자기 자신이 분비한 물질이 자기 자신의 수용체에 붙어 그 신호가 자기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오토크라인(autocrine)현상이다. 말하면서도 자기 말을 듣게 되는 현상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경청의 숨겨진 비밀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는가? 그렇다. 하지만 경청은 고래마저도 깨닫게 한다. 경청은 스스로 알게 되고, 갈 길을 가게 한다. 아마도 면벽수도 하는 고승의 깨달음도 끝없이 던진 자기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며 자기 말을 자기가 듣다가 일시에 일어 난 몸 전체 세포의 집중적인 오토트라인 현상이 아닐까? 그렇다면 경청이야 말로 만사의 비법 중에 상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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