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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피해는 뻔한데, 반대도 못하고…”
뉴스종합| 2015-03-04 10:53
재계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속앓이가 더욱 깊어졌다. 무리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기대 속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법을 기업 입장에서 내놓고 반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수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 대관ㆍ홍보업무의 효율성 저하,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워지는 데 따른 기회비용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등 재계단체를 비롯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일단 “법 내용을 잘 살핀 후 기업 윤리규정을 정비, 법 위반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공통적인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속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법 내용 자체가 애매한 데다, 법 위반 기준의 상당 부분이 시행령으로 정해지게 돼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임직원 교육을 준비중이거나, 새로운 제도를 사내에 도입하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면서 “지금은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 나와있는 상태고 향후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도 있는 만큼 (시행령 등) 세부 사안을 파악해서 차차 준비해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김영란 법으로 기업의 대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사업 효율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각종 정책은 기업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국민 소통도 중요한 데 공직자와 언론과의 관계형성 및 유지방법을 법으로 통제하는 것은 상당한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법의 취지는 ‘부정’을 막기 위해서지만, 이미 우리 기업 대부분이 엄격한 내부윤리 규정을 통해 뇌물 등 ‘부정’한 의도의 금전적 지출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수위축에 대한 우려도 컸다. 고급식당과 골프장은 차치하고라도, 1인당 식대 3만원 이상의 일반 식당이나 퍼플릭골프장, 원예, 선물관련 업체 등의 타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요즘에는 점심에 전골류와 커피 한 잔만 마셔도 1인당 3만원에 육박하며, 삼겹살에 소주만 먹어도 1인당 3만원은 훌쩍 넘기 십상이다”라며 “게다가 대부분 기업이 회사 내규로 거래처나 하도급 업체와는 일체의 식사대접을 받지 말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젠 가족이나 검증된(?) 친구가 아니면 밖에서 밥도 먹지 말라는 거냐”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왜곡된 김영란법이 ‘풍선효과’를 유발, 오히려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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