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너도나도 단팥빵…지하철 역사를 점령하다
뉴스종합| 2015-03-05 06:33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추억용 간식거리가 유통가 새 주역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단팥빵이 인기를 끌면서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유사업체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며 시장 포화 조짐을 보이자 미투(me-too) 브랜드 논란도 일고 있다.

단팥빵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은 ‘서울연인 단팥빵’이다. 현재 서울ㆍ경기 지하철 역에만 직영매장 13개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역에 첫 매장을 낸 서울연인은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며 선물용 먹을거리로 기획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울연인 민은희 대표는 “일본의 도쿄 바나나 같이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홍대점 같은 경우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고, 이번 설 명절에도 선물용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매출도 1년새 24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었다.

시청역의 ‘누이단팥빵’도 유명하다. 이곳은 오랜 시간 기다려야 겨우 맛볼 수 있는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사진설명>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 위치한 ‘누이단팥빵’ 점포에서 4일 오후 시민들이 단팥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가장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확장하고 있는 업체는 ‘미인 단팥빵’이다. 현재 30여개가 넘는 매장 중 2개의 로드샵을 제외하면 모두가 지하철역에 입점해 있다. 지난해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 미인은 올해 매장을 100호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상태다. 미인 유창민 부장은 “취급하는 제품의 객단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다보니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확장하게 됐다”며 “로드샵과 지하철역의 비율을 3대7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인 단팥빵은 단팥빵을 주종으로 내세웠지만, 현재 꼬마김밥 등도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어묵, 초밥, 고로케 등을 판매하는 별도의 브랜드를 내고 종합 간식업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소미미 단팥빵’, ‘우리밀 앙꼬빵’ 등도 지하철 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다. 지난달에는 서울 목동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진 ‘오로지 단팥빵’도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자 등록을 내고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서울경기 지역의 지하철 역사에만 100여개의 단팥빵 매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팥빵 업체들이 이처럼 지하철 역사를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는 이유는 낮은 창업 비용 때문이다. 로드샵을 열기 위해서는 권리금으로 상당한 비용을 치러야 하지만 지하철 역사의 경우 권리금이 없기 때문에 입찰만 통과한다면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팥빵 매장이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늘자 한 개 역에 2개 이상의 단팥빵 매장이 들어서는 등 업체간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가령 유동인구가 많은 신도림역의 경우 서울연인, 미인, 소미미 등이 모두 매장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메뉴에 간판의 분위기까지 유사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한식 디저트의 바람을 몰고온 설빙이 미투 브랜드의 난립으로 고전을 겪어야 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서울연인은 아예 홈페이지 첫 화면에 유사 브랜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까지 띄워놓았다. 서울연인 민은희 대표는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경우 자칫 업계 자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창업연합 한종욱 점포개발팀장은 “아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성숙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여 시장 형성 초기에 있었던 것과 같은 대박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향후 다른 업체와 어떻게 차별성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가 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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