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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女 최강 라우지, 男 이긴다”?…진실을 묻다
엔터테인먼트| 2015-03-04 15:58
-“라우지, 동급 UFC 남자파이터 50%는 이길 것”
-국내 전문가들 “남녀 차이 커, 그 발언은 립서비스” 일축
-“올림픽 여 금메달리스트가 남 고교생 톱클래스 수준”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최근 14초 초살 서브미션으로 5차 방어에 성공한 UFC 여자 밴텀급 챔피언 론다 라우지(28ㆍ미국). 강해도 워낙 강하다보니 종종 ‘성대결’까지 거론될 정도다.

특히 최근 UFC 현장 리포터 겸 해설자인 조 로건 씨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로건 씨는 진지한 말투로 “론다가 이길 수 있는 남자 선수들이 많이 있다. UFC 밴텀급 로스터의 남자 선수들 중 50%는 론다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데이너 화이트 대표도 종종 “라우지를 다음에는 남성과 대결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농담이었기에 진정성의 강도는 다르다.

국내에서도 라우지의 압도적인 경기력이 알려진 이래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사이트의 질문답변형 지식공유 서비스에는 론다 라우지와 남성, 특정선수와 대결할 경우 승패 예상을 묻는 질문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라우지가 유리할 것이라는 답변이 적지 않게 붙는다. 그렇다.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기자 개인은 확고한 견해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현장 지도자들이 경험한 근거와 사례를 확보해 판단하는 것이 더 옳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보고 가급적 실제 발언들을 그대로 싣는다.


-론다 라우지가 UFC 동체급 파이터랑 경기하면 승부가 되겠나.
▲전찬열 코리안탑팀 감독: 안 된다. 라우지가 엘리트 유도선수 출신(2008 베이징올림픽 70㎏급 동메달)이니 그쪽 이야기를 해보자. 올림픽 여자 금메달리스트가 고교 1학년 남자 전국대회 우승자에게 못 이긴다. 고교 3학년은 잡아주지도(훈련 맞상대를 의미) 않는다. MMA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천창욱 CMA코리아 대표: 동체급이나 상위체급은 힘들 것이고, 하위체급의 남자 선수라면 그럭저럭 해 볼 수는 있지 않겠나 생각된다.
▲김기태 격투기 및 여성호신술 전문가: 난다긴다 하는 일류를 모아둔 UFC로 범주를 좁히면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중견 단체의 남자 파이터라면 이길 수도 있다.

-국내 여자 유도 국가대표들은 올림픽 등 큰 대회를 앞두고 고교 남자 상비군 선수들과 훈련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힘에서 밀리는 탓에 기술로 대응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더라. 전 감독이 국가대표를 역임한 레슬링 쪽은 어떤가.
▲전: 마찬가지다. 후배와 교제중이던 일본 여자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한국에서 비공식 훈련을 한 적이 있는데 고교 1학년 남학생까지는 그럭저럭 상대가 됐는데, 2학년부터는 안 되더라. 내가 고교 1학년 때 여자 레슬링 대표가 막 생겨서 유도 출신들이 넘어왔었는데 여자 헤비급까지 다 잡아줬다.
▲천: 같은 체급이라도 남녀간 힘의 차이가 크다. 근육량이 다르다. 남성호르몬에 의한 호전성도 여자가 갖지 못한 부분이다. 남녀간 수련량을이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이 벽을 넘기 쉽지 않다.

-종합격투기 MMA는 타격이 들어가니 양상이 다를지 모르겠다. 13년째 격투기 취재를 하면서 여성 경기를 수도 없이 봤는데 여성들은 피니시가 약하다는 인상이 있다. 입식격투기에서는 거의 매라운드 난타전을 하는데 KO가 참 안 난다. 그런데 크리스 사이보그 같은 경우는 안면도 아니고 바디를 쳐서 상대를 무릎 꿇리더라.(2월28일 인빅타FC 타이틀전 47초 바디샷 TKO승)
▲전: 사이보그는 워낙 예외적인 경우라고 봐야 한다.

-라우지의 경우도 그런 예외적인 선수가 아닐까. 이번 UFC 184에서 캣 징가노한테 던져지고도 공중에서 자세를 뒤집은 다음에 바로 암바를 잡아내 단 14초만에 이겼다. 기술적으로 남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암바가 중요한 게 아니다. 상대인 캣 징가노가 기습적인 무릎 공격에 이어 엉치걸이로 테이크다운을 거의 성공한 상황에서 공중에서 그처럼 몸을 돌려서 유리한 포지션을 얻는 모습을 보고 운동신경과 집중력이 최고조로 살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고 무대라는 UFC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명장면이었다.
▲천: MMA에 대한 깊은 이해와 수련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나온 동작들이다. ‘눈 앞에 발이 보이면 발을, 손이 보이면 손을 붙잡으라’고 하는 캐치레슬링의 동작으로 보일 정도였다. 론다 라우지가 얼마나 수준 높은 실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럴 정도니 남자 선수와도 해 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더 거세진다.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한테는 안 된다. 주짓수로 치면 선수급의 보라띠라고 비유해야 할까, 같은 급에서는 화려한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해도 검은띠를 만나면 기술을 쓰지를 못 한다. 고만고만한 선수끼리 싸우면 잘해보이는 일종의 착시다.
▲천: 조 로건의 관련 발언은 그만큼 라우지를 ‘리스펙트’하자는 취지이자 일종의 립서비스라고 이해된다. 일반인 남자는 물론 간단히 이길 것이다. 일반인은 넘어지고 쓰러지는 순간부터 당황하므로 유도 출신 라우지가 순식간에 승부를 마무리 지을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론다가 남자 선수와 스파링 해서 탭을 받는 장면도 몇개 있다.
▲전: 그것 다 남자들이 봐주면서 하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살짝살짝 웃으면서 한다.
▲김: 그쪽 헤드코치도 UFC 남자 선수들을 이긴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했었고.

-UFC 한국 파이터 중 남자 밴텀급에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가 있는데. 팬들 중에선 반우스개로 국내 정상권 파이터 서두원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전: 게임이 안 된다. 론다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론다 죽는다(업계 속어로 ‘일방적으로 패한다‘는 의미). 론다가 강경호와 서두원을 아예 붙들 수가 없다. 
▲천: 일본 프로레슬링에서 있었던 경기를 예로 들어 답을 대신하겠다. ‘미스터 여자프로레스’로 불릴 만큼 강한 여자 프로레슬러였던 칸도리 시노부가 남자 프로레슬러 텐류 겐이치로와 성대결을 한 뒤 안면이 만신창이가 됐다. 각본이 있는 엔터테인먼트라 하지만 그런 정도의 힘 차이가 있었다. 칸도리는 경기 후 “오늘만큼 남자로 태어나지 못 한 게 분한 날은 없었다”고 했다. 
▲김: 앞서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비 UFC권 파이터와는 승패를 떠나 그럭저럭 재미있는 승부가 되지 않을까. 서두원의 기량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라우지의 기량이 남성을 위협할 정도란 것이다.

그 외 한두 명의 이 분야 베테랑 관계자들에게도 비슷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답변 취지와 뉘앙스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건대 굳이 이를 유행하는 무력 측정단위로 표현하면 ‘론다 라우지=0.7sdw’ 정도가 된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온다.

10년 경력의 격투기 전문기자인 스포티비뉴스 이교덕 기자는 마침 4일 라우지와 성대결시 흥행이 보장되는 파이터들이 있다며 드미트리우스 존슨, 이언 맥콜, 브라이언 캐러웨이, CM 펑크, 폴런 폭스 등 5명의 남자 파이터를 거론하고, 이들과 가상대결시 전력을 비교하는 콘텐츠 기사를 실었다.

친분이 있는 이 기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 기자는 “현실적으로는 아무리 라우지라도 남자 파이터를 이기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이 기자도 자신의 기사에서 라우지가 여성으로 성전환한 폭스에게만 우세하다고 예상했고,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이제 막 전향한 CM 펑크와는 전력이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라우지가 해 볼 만하다’며 다른 견해를 밝힐 전문가, 관계자들도 없지는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종 판단은 격투기 팬과 독자에게 맡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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