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일반
“4월 지정감사제 피해라”…스팩 상장도 과열 우려
뉴스종합| 2015-03-05 09:22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지정감사제 부담을 덜기위한 스팩(SPAC) 상장 예비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3월들어 스팩 합병 결의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4월 지정감사제 시행을 앞두고 ‘막차’를 타기 위한 의도다. 지난해 말 한꺼번에 스팩이 대거 상장된 탓에 부실 기업 ‘짝짓기’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합병 결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케이비제3호스팩이 바이오업체 프로스테믹스와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나머스트3호스팩도 같은 날 UCC 공급업체 판도라TV를 합병키로 결정했다. 판도라TV는 코넥스 시장 종목으론 코스닥 시장에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 하는 첫 사례다.

이달 들어 스팩 합병 결의가 잇따르는 것은 4월 1일부터는 스팩 합병 기업도 지정감사를 받게끔 제도화 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개정된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은 스팩 상장 법인도 지정감사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적용 예정이었으나 3개월간 유예시기를 거쳐 오는 4월부터 제도 시행에 들어간다.

문제는 제도 시행 시한이 촉박해지자 ‘합병 결의’ 절차까지만 밟아두려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추후 합병이 최종 성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장담키 어려워진다. 지정감사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맞추듯 합병에 속도를 냈다가 합병이 최종 불발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우리스팩2호는 큐브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려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불발된 바 있다. 현재는 상장이 재추진 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합병결의 단계까지만 밟아두면, 해당 기업은 지정감사제를 피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체가 되는 지정감사제는 적게 잡아도 두 달 이상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경쟁 과열도 이같은 우려를 배가 시킨다. 지난해 11월과 12월 두달 사이 증권사들이 상장시킨 스팩은 모두 18개나 된다. 상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 수는 정해진 반면 이를 합병하려는 스팩 수가 크게 늘면서 시장 과열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H증권사 관계자는 “한 벤처기업은 인수조건 비교를 위해 여러 증권사에 견적을 의뢰한다. 증권사들로선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정감사제를 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지와 과열 현상마저 빚고 있는 증권사들의 스팩 상장 경쟁이 맞물리며 일단 ‘합병 결의’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흐를 경우, 부실 상장사들이 생겨날 수 있는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경쟁을 다소 과열 시킨 측면이 있다. 3월 한달 사이 4~5곳의 스팩 합병 결의가 추가로 있을 것이란 얘기들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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