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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美 대사 테러 왜 못 막았나?’ “첫술 뜨자마자 테러”
뉴스종합| 2015-03-05 11:18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55) 씨는 참석자로 가장해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주변에서 손쓸 새 없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행사를 주최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회원이지만 애초에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김 씨가 어떻게 삼엄한 경호를 뚫고 이같은 테러를 할 수 있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행사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쪽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사진=문화일보 제공

오전 7시 40분께 리퍼트 대사가 도착하고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자 김 씨는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에게 유인물 한 움큼을 건네고는 “받으라”고 말했다.

그 이후 김 씨가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해 리퍼트 대사를 밀쳐 눕히고 흉기를 휘두르기까지는 불과 1∼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참석자는 “리퍼트 대사가 첫술을 뜨자마자 공격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얼굴과 손 등을 다친 리퍼트 대사는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행사장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김 씨는 주변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한편 김 씨는 일부 참석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민화협 관련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난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참석자는 당시 김 씨가 출입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사전에 등록해 발급받은 정식 출입증이 아니라 손 글씨로 써서 현장에서 교부한 출입증이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세종홀 주변에는 기동대 1개 대대 25명과 정보관 2명, 외사계 형사 1명 등이 배치돼 있었지만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미국 대사는 자체 경호로 해결하고 특별한 요청이 없을 경우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는다. 서울 종로경찰서 역시 “대사관 측에서 별도의 경비 요청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 29조는 “접수국은 외교관의 신체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대사의 동선을 파악하고서도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참석 의사조차 밝히지 않았던 요주의 인물을 들여보낸 부분에 대해 경찰 역시 경계가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이 날 브리핑에서 당시 상황을 막지 못한 이유에 대해 “추후 전달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한편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행사장의 돌발 사태에 대한 경호 대책이 미흡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 “(이 사건으로) 한ㆍ미 양국 우호 관계에 추호의 손상도 끼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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