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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도 아닌 김기종씨, 흉기 숨긴채 버젓이 행사장에…
뉴스종합| 2015-03-05 11:26
기습테러 사건의 재구성
테이블 뒤쪽 있다 대사 얼굴 공격
갑작스런 상황에 행사장 아수라장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흉기 피습을 당한 장소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는 이날 오전 7시 ‘한반도 평화와 한ㆍ미 관계 발전 방향’이란 주제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조찬 강연 행사를 개최했다.

강연자로 초청받은 리퍼트 대사는 7시 35분께 장소에 도착했고 헤드테이블에서 조찬을 들면서 강의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리퍼트 대사가 첫술을 뜨자 헤드테이블의 오른쪽 뒤쪽에 앉아있던 테러범 김기종(55)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에게 유인물을 한 움큼 건네고는 대사 쪽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했다.

김씨는 식사를 하려는 리퍼트 대사를 밀쳐 눕히고 미리 준비한 25cm 길이의 과도를 휘둘렀다.이 과정에서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얼굴을 공격당했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손목도 피격당했다.

리퍼트 대사의 옆자리에 있던 민화협 상임의장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곧바로 김씨를 제지했고, 경호원들이 뒤따라 김씨를 제압하고 과도를 회수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참석자들과 김씨를 제지하려는 관계자들, 당시 현장에 있던 취재진이 뒤섞이면서 행사장은 일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리퍼트 대사는 “도와달라”고 외쳤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퍼트 대사는 피가 흘러내리는 오른쪽 얼굴을 황급히 테이블보로 댄 상태로 행사장을 빠져 나왔다.

수행원들은 외투를 벗어 대사를 가린 채 대기 중인 경찰 순찰차에 탑승시켰고, 대사는 인근 강북 삼성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그 사이 김씨는 주변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당해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김씨는 “유인물을 나눠주십시오. 지난 3월 2일에 훈련 반대하면서 만든 유인물입니다. 한일관계 다리가 날아갔어. 왜 전쟁훈련합니까. 전쟁훈련하면 우리나라 통일 영원히 안 됩니다”라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미리 범행을 계획했던 김씨는 몰래 흉기를 감춘 채 행사장에 진입했다.

김씨는 5년 전에도 일본 대사를 콘크리트 돌로 위협했던 전력이 있었음에도 사전 등록이나 행사장 진입에 있어서 아무런 제한이 가해지지 않았다.

김씨는 일부 참석자들이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민화협 관련 행사 등에 자주 나타난 요주의 인물이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참석자들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여기에 올 수 있느냐”는 말도 했다고 민화협 관계자는 전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참석자는 당시 김씨가 출입증을 갖고 있긴 했지만 사전에 등록해서 발급받는 정식 출입증이 아니라 손글씨로 써서 현장에서 교부한 출입증이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행사장에서 만난 한 참석자는 “들어오면 안 되는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경호하는 직원도 아무도 없었다”면서 “이제 와서 사후약방문식으로 하면 어떡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 대사를 공격한 것은 미국 대통령을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외교적 문제로 번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서경원ㆍ박혜림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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