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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ㆍ극좌 시민단체 폭력성이 ‘개인적 일탈’ 키운다
뉴스종합| 2015-03-06 09:42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미 대사에 대한 끔찍한 테러로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폭력성을 띤 극우ㆍ극좌 양극단 시민단체 활동이 이같은 개인적 일탈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목을 받기 위해 폭력성을 사용해온 한국 시민사회 운동의 어두운 그림자가 김기종(55) 씨에게도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5일 벌어진 김 씨의 테러 범행 이후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헤럴드경제DB사진]

김 씨의 테러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50여명은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민화협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열어 “김기종과 함께 테러를 기획하고 배후에서 조종한 세력은 북한”이라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공격적인 행동도 나타났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북한 김일성 3부자 사진과 인공기를 찢고 불로 태웠다.

지난 1985년 김기종 씨도 우리마당 회원 내부 조직을 결성해 미 대사관의 성조기를 태운적이 있다.

2007년에는 1988년 발생한 ‘우리마당 습격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분신을 시도해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물론 시민단체의 공격적 성향과 김 씨의 범행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그러나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적 주장을 펼치는 단체의 폭력성이 개인적 일탈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단체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극단에 위치한 일부 단체들의 폭력성을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단적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폭력적 행위로 관심을 끌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자기들의 단합 내지는 세력과시 용도로 극단적 행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물론 한 명의 범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속한 조직 전체를 범죄집단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양극단에 서있는 일부 단체의 폭력적 성향이 일탈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폭력적 행동을 하면 부정적이긴 해도 내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면서 “이런 단체들은 상식적인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있고, 그들끼리 모여있으면 모여있을수록 자신들의 생각이 강화돼 더 급진적이고 폭력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다보면 자신들과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석호 교수는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민주적인 절차나 평화로운 방법을 통해서 요구를 관철해 온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세상이 변했음에도 의사를 관철시키는 방식이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나 지자체에 등록돼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 수는 2008년 8175개에서 2014년 1만2252개로 꾸준히 늘었다. 이렇게 시민사회 세력이 발전하는 가운데 극단적 성향을 띤 단체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물론 시민단체들이 위축될 우려도 있지만 어떤 단체가 급진적 폭력성을 드러낸다면 국고보조금을 못 받게 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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