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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ㆍ영웅심이 빚어낸 ‘극단주의자’ & 북한 사주받은 ‘종북주의자’
뉴스종합| 2015-03-09 10:00
[헤럴드경제=양대근ㆍ강승연ㆍ박혜림 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김기종(55)씨에 대한 검ㆍ경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김씨 개인의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또다른 공범이나 배후가 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는 조사 내내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수사당국은 옛 통진당과의 연계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北 이적단체 사주 받은 종북주의자?…검, 옛 통진당과 연계성 여부 주목= 9일 수사당국은 김씨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 이외에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김씨의 자택 겸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확보한 증거품 중 북한에서 발간된 원전과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간행물 등 ‘이적성 의심 서적’ 등 22건을 전문가 집단에 이적성 감정을 의뢰했다. 

전문가 집단은 북한 관련 석ㆍ박사급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적표현물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리게 된다.

특히 김정일이 직접 저술한 ‘영화예술론’과 범민련 남측본부에서 낸 간행물 ‘민족의 진로’의 경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자택에서도 압수된 바 있는 이적표현물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연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안당국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적표현물 소지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김씨가 이런 자료를 토대로 ‘이적성’을 띤 활동을 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적표현물 단순 소지만으로는 국보법 적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검ㆍ경은 김씨가 고의로 이적 행위를 하고 이적 목적성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증거와 정황 등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가보안법상 제7조(찬양ㆍ고무)와 제8조(회합ㆍ통신) 등이 적용될지 여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씨가 방북 당시 북한 인사들과 교류한 사실이 드러나면 8조 위반으로 징역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궁핍과 영웅심이 빚어낸 극단주의자 또는 정신이상자?=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김씨를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주변의 무관심, 비뚤어진 영웅심 등이 빚어낸 극단주의자 또는 정신이상자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신적ㆍ육체적 한계에 내몰린 그가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독도ㆍ통일 문제에까지 폭넓게 참여해온 김씨는 실제로 주민센터에서 쌀을 지원받을 정도로 생활이 궁핍했다. 지난해 8월 출간한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이란 제목의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생활고가 가중됐고 몇 달 전부터는 50만원이 채 안 되는 월세와 월 2000원 남짓한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했다. 이웃 주민들은 “김씨가 간질병까지 앓고 있어 몇 번이나 119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42)를 습격한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55)가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지난 6일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런 상황에서 오랜 시간 매진하던 통일ㆍ독도 활동 등이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자, 김씨가 점차 극단적으로 변해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10월 김 씨는 지난 1988년 ‘우리마당 테러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분신했다. 또 2010년 7월에는 일본 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진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자신의 처지를 독립운동가에 비유하며 스스로 만족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러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 적잖은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CNNㆍ영국 가디언 등도 김씨를 테러리스트가 아닌 ‘정치적 극단주의자’로 표현하는 등 외신들도 극단주의자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모습이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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