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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는 편의점서 간단히…‘편도족’ 급증
뉴스종합| 2015-03-09 11:12
간편하고…저렴하고…회사원·학생 편의점 도시락 애용
작년매출 2008년이후 50배 증가…삶의 여유 없어졌다는 방증이기도


경기 불황에 나홀로 식사족 증가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른바 ‘편도족’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국민 간식’이 된 삼각김밥의 인기가 이제는 밥과 반찬을 갖춘 ‘한 끼 식사’ 대용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옮겨 온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매출이 이를 증명한다.

9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014년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은 지난 2008년 이후 40~50배 급증했다. 2008년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한국을 포함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한 해였다. 


지난 주말 둘러본 서울 시내 곳곳의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서울 종각역 인근 편의점 업주 김범상(48) 씨는 “도시락이 점점 더 잘 팔린다. 회사원, 학원 다니는 학생들, 인근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바쁜 사람들이 주로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한다”고 했다.

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입한 김모(28ㆍ여) 씨는 “일주일에 2~3번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는다. 다른것보다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아서 일이 바빠 어디 들어가서 주문하는 시간도 아까울 때 주로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업체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매출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4%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30대가 25.8%, 40대 18.0%를 차지했고, 50대 이상 12.1%, 10대는 11.7%였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해인(22) 씨는 “도시락을 사 집에 가져가는 자취생들이 가장 많고, 중고등학생들도 학원가기 전 시간에 많이 사 먹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에서 만난 이모(32) 씨는 “업무 특성상 다른 직원들과 점심을 맞출 수가 없어 거의 혼자 먹어야 한다”며 “식당에 가서 혼자 먹기는 좀 민망해서 일주일에 2~3회 꼴로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가 우리 삶의 여유 부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경제적 궁핍, 시간 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로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를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한 뒤 “이는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인데, 사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게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들 눈치보지 않고 혼자 식사를 할 수 있는 문화의 변화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면서도 “편의점 도시락의 품질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간편하고 저렴한 한 끼 식사가 인기를 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삶의 시간적ㆍ경제적 여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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