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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라이선스 마이너스 시대.. 경쟁력 없는 금융사들 M&A시장에 덤핑으로 나온다
뉴스종합| 2015-03-10 08:39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JB금융지주가 잭팟을 터트렸다.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1500% 이상 늘어난 5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JB금융의 순익이 갑자기 급증한 것은 지난해 광주은행을 인수하면서 ‘부(負)의 영업권’ 5065억원이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JB금융이 광주은행을 장부가보다 5065억원 싸게 사는 바람에 회계상 매수 차익이 4분기 순익에 반영됐다.

광주은행 인수ㆍ합병(M&A) 건처럼 M&A 시장에서 금융사의 시장 가치(밸류에이션)가 장부가(자산 가치)에 못 미치는 ‘기현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라이선스를 포함해 회사를 통째로 파는 것보다 자산별로 쪼개 매각하는 게 더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매물의 금융업 라이선스 보유 여부가 오히려 시장 가격을 깎는 형국이다. 바야흐로 금융업 라이선스(영업권) 마이너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M&A 시장에서 금융사가 장부가보다 싸게 팔리는 이른바 ‘마이너스 굿윌(Minus Goodwill)’ 계약이 늘고 있다”며 “금융업 라이선스가 우대받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금융사가 M&A 시장에 나오면 시장가치가 장부가보다 높았다. 이른바 ‘라이선스 프리미엄’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 및 무분별한 시장 경쟁을 방지하고자 권역별 자격 요건을 높게 설정한 덕에 새로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하기가 사실 어려웠다. 실제로 은행 1000억원, 보험 300억원, 지방은행 250억원 등 업권별 최소 자기자본 수준이 높고, 인가 요건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 된 것도 이같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신규 사업자가 금융업에 진출하기 어려워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에 M&A 시장에 나온 금융사의 시장가치는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보통 장부가보다 높았다. 실제로 SC그룹은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하면서 영업권 프리미엄을 18억 달러로 계산했고, 신한지주는 조흥은행의 영업권 프리미엄으로 1조1000억원을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금융사 매물이 M&A 시장에 자산 가치보다 낮은 가격의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하나은행에 인수된 외환은행은 장부가보다 1조684억원 낮은 가격에 매각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도 광주은행 뿐아니라 경남은행과 우리투자증권도 장부가보다 각각 6500억여원과 25억여원 싸게 매각돼 매입 금융사들은 부의 영업권이 발생해 인수 첫해 대규모의 순익을 경험했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금융업이 그만큼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데다 해외진출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수년간 성장이 정체됐다. 금융당국의 서슬퍼런 규제 역시 금융사의 수익성 저해 요소 중 하나다.

홍득기 EY한영회계 전무는 “금융사들이 국내 시장에 안주하면서 시장에서는 금융업의 추가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실제로 은행, 보험, 증권 등 모든 금융권역의 평균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모두 1 이하”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금융업의 저평가 국면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금융시장이 더욱 안정화돼 지금과 같은 저성장ㆍ저물가ㆍ저금리 상태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우리은행, 대우증권 등 대형 금융권 매물이 매각을 기다리고 있어 이들 회사에 대한 ‘헐값 매각’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대우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해 9월 말을 기준으로 실사한 결과 장부가는 주당 1만1879원이었다. 대우증권 주식이 9일 현재 시장에서 1만1150원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가가 장부가보다 1025억원(지분율 43.06%) 낮은 셈이다.

홍 전무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금융시장은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급격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금융사들이 이대로 자리보존만 하다가는 지금 같은 저평가 국면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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