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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끊임없이 던지는 ‘내 인생의 물음표’
뉴스| 2015-03-11 16:14
[GValley = 최남연 기자]중견 사직작가 변영은(44).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란 소리가 아니다. 자신이 꼭 필요한 것 외에 사람들과 맺은 관계의 물건들이 점점 삶의 짐으로 남더라는 말이었다. 비우며 살고 싶다는 바람은 흡사 무소유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봄이 오는 길목인 3월10일, 바쁜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다는 작가를 졸라 청담동에 위치한 아이뽀야(www.ibboya.com) 선배와 함께 지낸다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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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은(44) 아이뽀야 대표



- ‘아이뽀야’ 변영은 대표를 만나다

돌스냅 사진작가로 유명한 변영은 작가는 엄마들이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예술가 중 한사람이다. 그 덕분인지 사진에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도 이제 ‘돌스냅’하면 변영은 사진작가를 떠올린다.

서울에서 태어나 사진과 전혀 무관한 법학도 출신이다. 그런 그가 고뇌의 연속인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유년시절 사진이 좋아 부친의 필름 없는 빈 카메라로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셔터를 누르곤 했는데,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에 마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항상 공간과 사람, 사람과 자연에 머문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포토그래퍼로서의 철저한 프로의식이 몸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는 기억 언저리에 남아 있는 어릴 적 풍경을 찾아 독학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장르가 확연히 구분되는 사진계에서 작가의 성향에 따라 한 가지 주제만 고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지만 장르에 관계없이 사진을 찍기 위해 안 가본 곳, 안 찍어본 게 없는 그다.

그래서일까? 그의 사진에는 빛에 대한 감각적 인식이 늘 함께하는 듯하다. 빛은 사람과 공간의 깊숙한 내면으로부터 사진 전면을 향해 비치기도 하고, 작은 하늘로부터 화면의 아래쪽을 따사롭게 드리워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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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을 투과하는 빛의 성질로 인해 실재보다 더 뽀송하고, 투명하게 보이고 빛은 사물과 부닥치면서 때론 부드럽게 때론 또렷하게 그 대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일견 평범한 공간이 실재의 고유색이거나 자연색 같지만 실재는 거의 모노톤에 가까운 색조로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 진정 멋있다는 것은 "절제의 미덕을 아는 것"

예술적 가치나 아름다움은 덧붙이고 꾸미고 치장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진은 가장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요소를 지닌 마알 간 표현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게 된다.

20여년의 경험을 토대로 마주한 다양한 현대사진의 보고들을 통해 자신의 사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는 변영은 대표는 명분 없이 내세우는 사전적인 임팩트와 스스로의 역량을 상품화하는 일에 사진작가로서의 승부수를 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기자의 눈에 비친 사진작가 변영은, 그는 누구인가?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사진을 통해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기억 저 밑바닥에 있는 이야기들이 조용히 깨어나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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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와 본질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명분 있는 그 만의 파노라마. 결코 부가하거나 꾸미지 않고 정직한 대화의 언어로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사진의 언어 속에서 말보다 더 또렷하게 같은 얼굴로 마주하게 된다.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서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사진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나머지 1%를 소유하기 위해 그 어떤 험한 곳이라도 달려가는 그다. 그렇게 한 우물을 고집스럽게 판지도 어느새 20여 년이 흘렀다.

아무리 무뚝뚝하거나 긴장한 사람도 그와 잠깐만 같이 있어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할 만큼 그의 재주는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웃음의 연금술사’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닌다.

- 절제된 아름다움, 그 속에 펼쳐진 감동에세이

사진은 끊임없이 던지는 내 인생의 물음표라고 말하는 그는“내가 진심으로 즐겁고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며 “단순히 사진만 잘 찍는 달인이 되기보다는 실력을 넘어 진심과 감동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사진 장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란 기자의 질문에 아이뽀야의 대표가 아닌 단순히 사진작가로서 말한다는 그는 무엇보다 사람들과 친해지고자 하는 마음을 으뜸으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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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인간군상은 인간이 창조하는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라며 “하나의 사물을 관찰할 때, 어떠한 순간을 포착하고자 할 때는 그 안에 숨어있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끄집어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은 연출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았을 때 비로소 빛이 나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늘 예쁜 모습만을 촬영하려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오히려 진정한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라고 조언했다.

국민연금만이 행복을 줄 수는 없잖아요!(웃음) 여건이 된다면 지자체와 협력해서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현재의 모습을 추억으로 선물하고 싶다는 사진작가 변영은. 어디선가 상처투성이 두 발로 걷고 또 걸으면서 사람과 빛을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의 말처럼 정말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기에 가장 적절한 때 사람과 공간과 빛을 담아내는 타이밍. 그것이 바로 변영은 사진작가가 우리에게 알려 주고 싶은 지혜가 아닐까.


fanta73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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