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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첫등장…날로 지능화…총책-모집·인출책이 1개조
뉴스종합| 2015-03-12 11:11
작년 7635건 발생 60%나 증가…대포통장 이용 정교한 세탁거쳐
증거찾기 힘들고 즉시 검거 힘들어…계좌추적 도중 환치기 끝나기도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이율로….’

전화금융사기인 보이스피싱이 국내에 등장한 지 8년여가 흘렀다.

왠만한 수법은 수차례 소개돼 더 이상 피해사례가 발생되지 않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기수법이 해가 갈수록 점차 지능화,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2010년 5455건에서 2011년 8244건으로 급증했다가 경찰의 단속과 금융제도 개선으로 2012년 5709건, 2013년 4765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전년대비 60.2% 급증한 7635건이 발생, 3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 등 해외에 있는 총책 및 콜센터와 국내의 통장모집책, 인출책 등이 한 팀을 이뤄 움직인다.

수법으론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빙자하는 ‘기관사칭’ ▷개인정보노출, 범죄사건 연루, 자녀납치 등 허위사실로 피해자를 몰아붙이는 ‘심리적 압박’ ▷공공·금융기관의 번호가 뜨도록 하는 ‘발신번호 변작’ 등이 있다.

콜센터에서 피해자의 금융거래정보 편취에 성공할 경우 인출책을 시켜 직접 인출이나 이체를 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대출이나 취업, 보상금 등을 미끼로 획득한 대포통장을 이용해 자금세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대포통장 단속이 강화되자 피해자들에게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돈을 넣어두도록 하는 등의 신종 편취 수법도 늘어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사 전문가인 백의형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능팀장(경감ㆍ사진)은 작년에 한 보이스피싱 콜센터 직원을 인천공항에서 검거했는데 그의 첫 마디가 “증거가 없을텐데”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은 통화내역, 금융거래 외엔 특별한 실물 증거를 찾기가 어렵고 조직의 총책도 국내에 없어 즉시 검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도 주도면밀함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A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금세 B계좌로 들어가고, 또다시 C계좌로 넘어가는데 B계좌에는 A계좌에서만 입금되는게 아니고 A1, A2, A3 등 수많은 인출책들이 있어 일일이 다 영장을 받아 까봐야 한다”며 “계좌를 좇아가는 과정에서 이미 ‘환치기(외국환은행을 거치지 않는 해외송금 수법)’돼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팀장은 평소에 ‘이삭줍기’를 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수시 검거한 인출책들의 사기수법과 돈세탁 경로, 대포통장 모집법 등을 정리해두면 어느 순간부터 패턴의 연관성을 찾게 되고 이때부턴 통신수사 등을 동원해 역으로 ‘몸통(총책)’까지 검거할 수 있게 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인출책들로 조직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며 “머리 속에 여러 조직의 그림을 그려놓고 집요하게 추적하는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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