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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중개상, 물고 물리는 복마전…이규태 회장, 사기 피해자에서 사기꾼으로
뉴스종합| 2015-03-13 08:15
-하벨산 한국 지사장에게 6억원대 사기 피해 당해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비를 부풀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지난 2007년 터키 하벨산사 한국지사장으로부터 6억원대 사기 피해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터키 하벨산사 전 한국지사장인 A씨는 지난 2007년 11월 본사와 일광공영의 대리점 계약을 2차로 연장하기 위해 터키 본사에 있는 이사 3명에게 100만 달러를 줘야 한다며 이 회장에게 금품을 요구해 왔다. 이 회장은 2008년 12월 45만 달러를 지사장 계좌로 송금했다.

이후에도 지사장의 금품 요구는 계속됐다. 지사장은 2009년 11월 이 회장이 구속되자 본사에서 일광공영과의 기존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려고 한다며 미지급된 55만 달러에 가산금으로 10만달러를 더해 65만 달러를 다시 요구했다.

이 회장은 러시아제 무기 도입사업인 제2차 ‘불곰 사업’으로 러시아 업체를 대리한 중개수수료 84억원 중 46억원을 교회 헌금으로 냈다 이를 다시 돌려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다.

구속 상태에서 회사 직원을 통해 이같은 얘기를 전해 들은 이 회장은 2010년 1월 보석으로 석방된 뒤 지사장을 만나 추가로 20만 달러를 송금했다.

그러다 애초부터 하벨산 이사들은 대리점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돈을 요구한 사실이 없었고, 지사장은 계약 연장에 관해 어떤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서부지법은 지사장에 대해 6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부인한 점을 고려해 징역 1형을 선고했다.

사기 피해자였던 이 회장은 입장이 바뀌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날 열리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에 따르면 이 회장은 5100만 달러(570억원 상당) 규모인 EWTS 사업비를 9600만 달러(1000억원 상당)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방위사업청에서 4600만 달러(510억원 상당)를 더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터키 하벨산사와 방위사업청 사이에서 EWTS 도입을 중개하면서 하벨산사의 하청을 받은 SK C&C가 일광공영 계열사에 재하청을 주도록 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린 것으로 합수단은 보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과 공모해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예비역 준장인 SK C&C 전 상무 권모(60)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군이나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금 부풀리기를 통해 빼돌린 자금의 용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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