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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시장 파이어니어]주택시장 셰어하우스 첫 도입…“함께사는 커뮤니티 고민했죠”
헤럴드경제| 2015-03-13 11:31
아파트 임차해 첫 사업 시작
임차인들 마음까지 살펴야 성공



“한 친구가 나에게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요?’라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제가 그들의 대표는 아니잖아요.”

조창희(40) 유성산업개발 대표는 셰어하우스 입주자들 사이에서 ‘아저씨’로 통한다. 그는 2013년부터 서울 곳곳에 셰어하우스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모두 6곳의 셰어하우스에는 ‘함께 꿈꾸는 마을’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 그는 ‘마을지기’로도 불린단다. 문정동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그에게선 주택을 만들어 공급하는 ‘사장님’의 인상보다는, 마음씨 좋은 ‘선생님’의 면모가 느껴졌다. 


조 대표는 우리 주택시장에선 생경했던 ‘셰어하우스’를 소개한 사람 중 하나다. 셰어하우스 초기 주자다. 그의 셰어하우스에 대한 철학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바로 셰어하우스 규모만 늘리는 것 보다는, ‘사람에 대한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셰어하우스 가치를 알아봤던 건 아니다. 건축업계에 종사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적부터 ‘건물 짓는 일’에 친숙했다. 대학에서도 건축을 전공했다. 졸업 이후엔 부동산개발업체에서 아파트 분양과 개발과 관련된 일을 했다.

“당시엔 건물을 부수고 뭔가를 새로 짓는게 사회에 필요한 일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도성장기에 어울리는 일’이었다. 잠깐 은행에서 일하던 시절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부동산 금융을 담당했다.

건축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된 기회는 미국에서 찾아왔다. 2006년께 여행차 방문했던 뉴욕에서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유학생들을 만난 것. 그들은 각자 방에서 살면서 공동공간으로 꾸며진 1층에서 함께 밥을 먹고 대화했다. 조 대표는 그걸 보면서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떠올렸다. 특히 ‘잠도 혼자 자고 밥도 혼자 먹는’ 원룸이 오버랩됐다. 셰어하우스는 그런 ‘단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가 알던 건축은 ‘공간’에 대한 개념이지 ‘사람’에 대한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1인가구를 말할 때, 방의 면적과 갯수만 따졌지, 사람들을 어떻게 섞고 접점을 만들까 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은 없었죠.”

이후 준비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왕십리 1호점이었다. 전용면적 85㎡(30평형) 정도의 아파트를 임차해 셰어하우스로 꾸몄다. 기본적인 페인트칠이나 청소는 조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했다. 6명의 입주자를 받아 방 3곳에 나눠 살게 했다.

투자를 해서 셰어하우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처음 들어온 입주자들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거였다. 지켜보기로 했다. 회사 차원에서 “이렇게 지내면 된다”라고 가이드라인을 주지도 않았다.

“(같이 사는 방법을 찾는 건)어차피 사는 사람들의 몫이고, 그들 스스로 어떻게 청소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규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빨리 안정됐다. 조 대표에겐 나름대로 의미있는 주택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계기가 됐다.   

같이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었듯이,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국내 셰어하우스 업계도 스스로 방법과 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기존 임대업은 계약서대로만 움직이면 깔끔하죠. 하지만 셰어하우스는 살고 있는 사람이 왜 불편을 느끼고 기분이 나쁜지를 고민해야 해요. 계약서는 그 다음 문젭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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