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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전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사정수사…정ㆍ재계 정조준
뉴스종합| 2015-03-16 09:21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사정(司正) 한파가 정ㆍ재계를 강타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특히 이명박(MB) 정권 인사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된 사업들로 확대되면서 이제 검찰의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대규모 수사가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기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내년 총선에서 안정적인 정권 재창출과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부터 치밀하게 그려진 밑그림=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사가 기획된 배경에 지난해 연말 정윤회 문건 사태와 담뱃값 인상, 공무원 연금 개혁 등으로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 내에서 친박계의 위상까지 위협받게 되고 경기 침체까지 길어지면서 국면전환이 절실해진 정권이 돌파구로 기존 ‘공안수사’에 ‘기획수사’ 카드를 추가로 꺼내들게 됐다는분석이다.

집권 3년차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공공ㆍ노동ㆍ금융ㆍ교육 등 4대 개혁과 경제 살리기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수사의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 주변에서는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사태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 밑으로까지 떨어졌을 때 전 정권의 비리를 활용해 지지율 반등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었다”며 “규모와 수사의 속도를 감안하면 3개월여 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월 검찰 인사에서 박근혜 정부는 공안통 검사들과 함께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박성재 전 대구고검장을 검찰 내 ‘넘버 2’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했다. 주요 검사장 인사에서도 재벌 총수 일가 비리, 정치인 뇌물 수수 등 대형 비리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특수통 검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경력이 있는 대표적인 특별수사통인 우병우 민정비서관을 청와대 민정수석에 앉혔다. 우 민정수석은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기획수사를 총괄하고 있는 특수부 검사들과의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수사가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에서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전에 청와대와의 교감하에 이뤄지고 있는 사정(司正)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이번 수사의 타깃으로 전 정권의 인사를 적시한 것은 정치권내 파워게임과 관련이 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 당 수뇌부를 중심으로 한 당ㆍ청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국면에서 친박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정무특보로 윤상현ㆍ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을 지명하는 등 정치적으로 친박계 인사들을 청와대 내에 포진시킨 것도 이번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이인의 김경진 변호사는 “다가오는 내년 총선에서 친박계 중심의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을 위한 사전포석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사정 수사를 발표한 시기는 ‘김영란법’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용민 변호사는 “부패나 비리에 대한 수사는 공안수사보다 국민적 공분이나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최근 김영란법 통과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높게 나와 지지율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은 정ㆍ재계 MB정권 실세=이런 맥락에서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의 칼끝은 MB 정권 실세의 비리를 겨누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무기 구입, 자원외교,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의 부패 사슬과 정권 실세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친이계에 대한 단속과 정리가 이뤄지고 재계에 대해서는 ‘군기잡기’를 통해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 등의 실리를 얻어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며 “비리 수사인 만큼 국민적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비자금 조성 의혹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포스코 수사는 이미 MB 정권 시절 포스코가 방대한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자금이 정권 실세로 흘러들어갔는 지 여부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MB 정권 시절 정준양 전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던 이상득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원외교사업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중점 정책 과제로 추진한 만큼 이상득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장관 등 MB정권의 실세들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방산비리 수사도 검찰은 구속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사업을 확장한 시점이 MB 정권 시절인 2007년 이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기 도입 결정과 관련한 돈이 MB정권 당시 군 관계자들과 정권 실세로 흘러들어갔는 지 여부를 캐고 있다

전직 검찰 출신의 한 관계자는 “비리나 부패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해소될 때까지 검찰 수사는 상당기간 고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탁현민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여당 내 자중지란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거기까지 수사가 확대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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