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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 돌리기, 경쟁 학원 염탐…허드렛일만, 휴학생의 눈물
뉴스종합| 2015-03-16 09:18
[헤럴드경제=이지웅ㆍ양영경 기자] 대학생 A(26ㆍ여) 씨는 휴학 중 문화예술 관련 대기업의 대학생 서포터즈에 지원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A 씨가 주로 한 일은 음식점 등에 해당 기업 주최 공연의 전단을 붙이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것. 공연이 있는 날에는 공연장 심부름을 도맡아서 해야 했다. 더구나 기업 측은 1달에 30만원 주겠다는 활동비도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3개월간 A 씨가 받은 돈은 총 30만원. 차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었다. A 씨는 “일하는 내내 ‘이러려고 휴학한 게 아닌데’라는 자괴감도 들었다”고 했다.

경력 한 줄, 일할 곳 하나가 아쉬운 휴학생들의 사정을 볼모로 잡고 정당한 보상 없이 허드렛일만 강요하는 기업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 결과 대학생의 70.7%가 ‘휴학 계획이나 이미 휴학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휴학의 이유는 ‘토익 등 자격증 공부(44.8%)’, ‘인턴십ㆍ아르바이트 등 사회경험 쌓기(36.6%)’, ‘등록금을 마련(36.1%)’ 등이라고 말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 대학생들에게 휴학은 스펙을 쌓고 부족한 돈을 벌기 위한 ‘투자’의 시기인 셈이다. 하지만 학생들은“기업들 대부분이 휴학생을 그저 충성도 높은 일회용 부품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한 화장품 기업이 서포터즈 대학생들에게 4개월간 준 돈은 총 20만원이었다. 기업은 그 돈으로 제품 홍보영상을 만들어오라고 지시했다. 정모(26ㆍ여) 씨 “촬영장비나 편집실 섭외, 준비물 비용만 20만원이 훌쩍 넘는데 싼값에 학생들을 이용해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했다. 기업 측은 사전에 안내가 없였던 추가업무를 지시할 때는 돈 대신 “화장품을 더 줄 테니 일해라”라고 했다. 김 씨는 “모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취업하고 싶은 분야였기 때문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을 더럽히는 일은 결국 학생들의 몫이 된다.

휴학 중인 김모(26) 씨는 지난 2월 강남의 한 영어학원에서 ‘리서치 업무’라는 명칭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대생인 그는 통계업무처럼 관련 경험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은 ‘경쟁학원 염탐하기’였다. 경쟁학원에 잠입해 어떤 교사가 마감이 빨리 되는지, 학생 수는 몇 명인지를 알아오라는 것이었다. 김 씨는 “‘리서치’로 포장된 일이 학생 머릿수 세는 일인 줄 알았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달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는 대학생 대외활동 등에서 휴학생을 우대한다는 기업들의 공고문이 넘쳐난다.

아예 활동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잡아 휴학생만 기회를 주는 경우도 많다.

정모(22ㆍ여) 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오래 써먹을 수 있기 때문에 면접 때 휴학생이라고 하면 좋아한다”며 “부당하다는 걸 알지만 취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욕하면서 일을 한다”고 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을 교육시킨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에게 접근해야 한다”며 “해당 기업을 경험한 학생들의 입을 통해 기업의 평판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기업들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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