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크림합병 1주년, 핵전쟁 준비태세 각오했던 러시아
뉴스종합| 2015-03-16 09:17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지 1주년이 되는 16일(현지시간), 지난해 합병 작업을 벌이던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의 개입을 우려해 핵전력 투입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이목이 집중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5일 크림 병합 1주년을 맞아 현지 국영 TV 방송 ‘로시야 1’이 방영한 특별 다큐멘터리 ‘크림, 조국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핵전력이 준비돼 있었는지에 대해 질문을 받고 “우리는 그럴(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답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난해 5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해있는 크림반도의 군사요충지 세바스토폴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러시아 대통령실 홈페이지]

푸틴 대통령은 방송에서 “2만 명의 우크라이나군 무장해제를 위해 크림반도에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 산하 부대와 정예 해병대, 공수부대 등 특수부대 대원들을 파견하도록 지시했었다”며 합병 당시 군사개입을 시인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었고,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축출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도 서방”이라고 주장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난해 5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해있는 크림반도의 군사요충지 세바스토폴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러시아 대통령실 홈페이지]

합병 결정 시점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2월 22~23일 안보관계자들과 밤샘 회의를 거친 후 합병을 결정했으며 이는 민족주의자들로부터 러시아계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같은달 27일, 당시 크림자치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폴 시와 의회를 점거했다. 서방 정보관계자들은 부대마크도 없어 소속이 불분명하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들을 ‘리틀그린맨’(little green men)이라고 부르며 러시아의 개입설을 제기했다.

푸틴은 처음엔 개입 사실을 부인했지만 지난해 4월들어서는 러시아군이 자치정부 부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크림반도에 투입된 러시아군. [사진=게티이미지]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어떻게 대응할지 확신하지 못해 군을 준비시켰다고 고백했다. 푸틴은 “동지들에게 ‘이곳은 우리의 역사적인 영토이며 러시아인들이 그곳에 산다. 그들은 위험에 처해있고 우린 그들을 버릴 수 없다. 무엇을 위해 싸우고 싶은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민여론조사에서 75%가 합병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귀속 주민투표를 밀어붙였다. 3월 16일, 주민투표결과 러시아 귀속을 지지하는 이들이 96%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투표 5일 만인 21일, 크림과 세바스토폴 특별시를 러시아 연방으로 합병시키기로 결정했다.

크림 주민은 러시아계 60%, 우크라이나계 25%, 크림타타르계 12%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달 GfK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러시아 치하 크림에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93%로 나타났다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현재 크림반도는 러시아 본토와 이어지지 못해 물자 수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케르치 해협을 가로지르는 러시아와 크림을 잇는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다. 여기엔 37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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