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나홀로 가구 늘어가는데…‘HMR의 경제학’
뉴스종합| 2015-03-16 11:01
혼자 먹기 부담스러운 양 구매 고민
롯데슈퍼 등 대형마트 한끼용 포장 시판
일반제품 보다 비싼 가격불구 인기

한끼식 분량·별도 손질 필요없어 편리
김치찌개·이유식용 소포장 고기도 날개

남는 제품 처리·보관 시간·비용 절감
사회·경제·환경적 측면서 이점 부각



서울 천호동에 사는 직장인 오모(29) 씨는 한여름에 수박을 먹는 것이 낙이다. 미혼인 그에게 시원한 수박 한통은 ‘부담’이다. 최근 수박을 절반으로 쪼개서 파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혼자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 사먹을때 약간 고민된다.

서울 강남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심모(39) 씨는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주로 애용한다. 전통시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양을 구매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필요한 양보다 많이 사게 돼 상한 음식물을 버리기 일쑤다. 최근 백화점에 들러 간단히 저녁을 때우는 일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2인 가구가 50.5%로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향후 10~20년에는 60%를 훌쩍 넘어 70%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처럼 혼자 혹은 둘이 사는 가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수박이나 메론처럼 큰 과일은 물론이고 작은 과일도 묶음으로 여러 개를 함께 팔기 때문에 혼자 사먹기엔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다. 야채와 고기, 생선, 생활용품 등도 마찬가지다. 

유통가에 ‘한끼 식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끼 식품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1인가구 증가와 알뜰 소비 바람에 힘입어 한끼 제품 구매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계란 1개, 양파 한쪽 등을 사는 식이다. 롯데슈퍼에서 고객이 한끼 식품을 사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 2013년 말 롯데슈퍼의 PB로 선보인 ‘한끼’ 브랜드 제품은 돈이 있어도 많은 양 때문에 실제로는 사먹지 못하는 1ㆍ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다. 한끼 식품은 하나 혹은 조각으로 소포장이 이뤄지다보니 아무래도 묶음 제품보다는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한번에 먹을 만큼만 사면 절대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슈퍼는 올해 한끼 제품을 더욱 확대, ‘한끼 커팅 과일’을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 ‘한끼 식품’의 경제학=롯데슈퍼의 올 2월 기준 ‘한끼제품’ 매출 1위는 ‘한끼 친환경 깻잎’으로, 총 4만1000봉이 팔렸다. 이는 롯데슈퍼의 전체 깻잎 월 매출액의 24%나 차지한다. 2위는 ‘한끼 청양고추’로 3만2000봉이 판매됐으며 3위는 ‘한끼 절단 대파’(2만9000개)였다. ‘한끼 깐 마늘’과 ‘한끼 깐 양파’는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한끼 식품의 가격은 대체로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싸다. 롯데슈퍼가 판매중인 ‘달걀 하나’는 390원으로, 1등급 계란 10입(3590원)에 비하면 가격이 109% 수준이다. ‘한끼 깐 마늘’(70g)은 990원으로, 깐마늘(200gㆍ1490원) 가격의 190% 가량이다. 또 ‘한끼 양파’(1개)는 990원으로, 양파 1망(6개)와 비교하면 무려 239%나 가격이 비싸다. 양파는 껍질을 제거해 진공 포장을 하기 때문이다.


‘한끼’ 브랜드 개발자인 김종운 롯데슈퍼 상무는 “처음에는 단순히 기존과 동일한 제품을 포장 단위만 줄이다보니 원가율이 맞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며 “소비자들이 진짜 원하는 두가지를 알고 만든 ‘한끼’ 제품은 남은 음식의 처리와 보관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준다는 점에서 사회ㆍ경제ㆍ환경적인 측면에서 모두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끼’ 제품은 요리 후 남는 재료가 없이 딱 한번 해먹을 양을, 별도의 손질과정 없이 바로 요리에 쓸 수 있는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브랜드로 탄생하게 됐다. 단순히 포장 단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딱 한번에 쓸 만큼을 포장하고, 별도의 손질을 하는 불편함을 제거한 것이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는 “일본의 경우, 외식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가정간편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백화점 즉석식품 코너나 마트, 슈퍼마켓 등에서 1ㆍ2인 가구를 겨냥한 맞춤형 제품은 발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한끼 식품은 유통가의 새 트렌드가 되면서 다른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김치찌개ㆍ이유식용 ‘소포장’ 고기도 인기=축산 제품에도 소포장 제품이 인기다. 김치찌개에 소량의 돈육을 넣어 요리하고자 하는 싱글족이나 이유식을 만들려는 아기 엄마들에게 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가맘 한우다짐육’은 올가홀푸드의 어린이 전용 친환경 브랜드 ‘올가맘’의 베스트셀러 1위 제품이다.

지난 2013년 7월 출시된 ‘올가맘 한우다짐육’은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1등급 이상의 고급 국내산 한우만을 엄선해 만든 프리미엄 이유식 제품이다. 하나씩 뜯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1회분(50g)씩 낱개 포장을 했다. 지난해 연 매출 약 4억7200만원으로, 올가맘 전체 매출(75억4100만원)의 6.3%를 차지한다.

롯데슈퍼가 지난 2012년 자체 축산 가공센터를 열면서 도입한 축산 MAP(기체치환ㆍModified Atmosphere Package)는 도축된 상태의 축산 원물을 자체 축산가공센터에서 150~300g 소포장한 제품으로, 2012년 40가지에서 지금은 88가지로 종류가 대폭 늘었다. 축산 MAP 매출은 2012년 월 평균 7000만원에서 지금은 3억원 가량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축산 매출 중 MAP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4.7%에서 올해는 18.9%로 급증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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