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부채가 금리인하 발목? 이젠 NO!
뉴스종합| 2015-03-17 11:22
한국경제에서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기준금리의 발목을 잡아 왔다. 최근 한국은행이 사상 첫 기준금리 1% 시대를 열었을 당시에도 ‘가뜩이나 활활 타 오르고 있는 가계부채라는 불길에 기름을 쏟아 부은 꼴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가계부채 증가→소비부진’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 ‘가계부채’라는 족쇄가 풀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데 있어 가계부채가 결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등 일련의 미시적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기존 대출자들의 채무 부담을 낮추는 정책공조가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잣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3차 글로벌 통화전쟁과 맞물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의 논리가 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예금하면 오히려 이자를 낸다=NH농협선물에 따르면 3차 글로벌 통화전쟁 와중에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내리는 국가들이 잇따르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달 12일 0.00%였던 기준금리를 -0.1%로 내려 최초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시대를 열었다.

기준금리는 아니더라도 예치금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까지 끌어 내린 국가들도 있다. 스위스는 올해 초 예치금 금리를 0.50% 내려 예치금 금리가 현재 -0.75%를 기록하고 있으며, 덴마크는 올 들어서만 예치금 금리를 4차례 인하해 현재 스위스와 같은 -0.75%를 유지하고 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말은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게 아니라 거꾸로 보관료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애기다. 과거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엔 성역(聖域)이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금리에서 조차 성역 파괴 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부담이 높아도 금리를 내린다=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덴마크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10%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160.7%) 보다도 배 이상 높다. 하지만 덴마크 중앙은행의 할인금리는 0.00%, 예치금 금리는 -0.75%다. 덴마크는 금리를 내리는 대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변동금리 및 일시상환 대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통해 가계부채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200%에 달해 우리나라 보다 높지만 스웨덴 중앙은행은 현재 -0.10%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한 상태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전략가는 이와 관련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라는 칼을 사용하고,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미시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한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관리해 나가는 가운데 각국 통화당국이 성장을 도모하는 현상이 점차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를 내려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야 한다?=이처럼 가계부채 부담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데에는 두가지 목적이 있다고 한다. 돈을 풀어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표점 외에도 금리인하를 통해 부채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 자산전략가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목적이라기 보다는 정상화 과정이며, 부채의 상황부담을 낮추기 위해 필요하다”며 “한계기업과 저소득층이 빚을 내서 투자와 소비에 나서라는 목적이 아닌 만큼 가계부채 증가 문제는 미시적으로 억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도 지난 2월 ‘한국의 환율전쟁 동참 가능성’ 보고서에서 “가계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는 국가에서도 금리 인하가 채무부담이 높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보완해 내수 회복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부진한 경제성장이 오히려 가계의 부채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성장세 회복 지원을 위해서도, 가계 재무건전성 악화를 제한하기 위해서도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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