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文 “경제정책 실패” 직격탄…朴, 文 발언 메모하다 얼굴 쳐다봐
뉴스종합| 2015-03-17 16:54

-회동, 예정된 1시간 넘겨 1시간 43분간 진행

-대선 후 2년3개월만 朴ㆍ文 첫 회동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간 17일 진행된 청와대 ‘3자 회동’은 초반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012년 대선에서 격돌한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간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문재인 대표의 ‘돌직구’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대표는 이날 작정한듯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면서 ‘4대 민생과제 해결’을 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정책 실패’, ‘경제 총체적 위기’, ‘공약 파기’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회동은 오후 3시 5분께 시작돼 4시 48분께 종료됐다. 애초 예상됐던 1시간을 훌쩍 넘긴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대통령의 이번 중동 순방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 당이 협조할 것이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입을 뗐다. 


이후 발언은 거침없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렵다. 국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다”며 “민생을 살려야 하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후퇴했다”며 “수출경제 중심으로 간 결과 중산층이 무너지고, 내수가 붕괴돼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의 이런 발언이 나오자 메모지에 메모를 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아울러 “현재 우리 경제는 총체적 위기”라며 “최근 정부가 임금인상을 내놓은 것은 그동안 정부 정책을 반성하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또 “정부가 부동산 경기 등 단기부양책만 내놓아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젠 경제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며 ‘4대 민생과제 해결’을 제시했다. 


문 대표가 뽑은 과제로는 ▷기본적 생활 가능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방안 수립 ▷법인세 적정 수준 인상, 고소득층에 대한 형평부과 강화 ▷전월세값 폭등 대책 ▷가계부채 증가 대책 수립 등이다. 문 대표는 전월세값 폭등을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대선때 보편적 복지를 얘기했는데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대통령은 문재인 대표가 가계부채 증가를 거론하자, 문 대표의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남북 관계와 관련, “남북 관계도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남북간 경제협력은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고, 통일대박의 꿈도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고, 우리도 초당적 협조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발언에 앞서 모두발언을 한 박 대통령은 “순방의 결과와 결실들이 국민과 기업들에 더 큰 혜택이 되고 다시 한번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두분 대표님께서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중동 순방 결과를 설명하면서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제2 중동붐이 또제2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져 경제 재도약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정치권에서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 대해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이 위대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중동순방에서 그런 감동이 더 특별했던 것 같다”며 “아시다시피 올해가 우리나라가 중동에 진출한 지 40년이 되는 해인데 70년대 중동에 노무인력이 진출했던 나라들이 많이 있지만 그동안 경제발전을 해 다시 중동에 진출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이처럼 회동 초반부터 신경전에 돌입하자, 이날 회동 첫 제안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조율자’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오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문 대표는 이전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실장을 하면서 4년이나 청와대에 계셨는데, 국정의 넓고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다 못한 개혁이 있으면 같이 완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국정의 90%는 경제라고 본다”며 “경제 앞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이번 좋은 만남을 통해 상생정치를 이뤄내고,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동엔 청와대에선 이병기 비서실장, 조윤석 정무수석이, 새누리당에선 박대출 대변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선 김영록 수석부대변인이 각각 배석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