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아가의 새 친구‘친환경 장난감’
뉴스종합| 2015-03-18 11:06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조립 장난감 블록에는 온통 이빨 자국 투성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아귀의 힘으로는 한번 조립한 블록을 떼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앞니로 블록 한 쪽을 단단히 물고 손으로는 다른 쪽을 있는 힘껏 당겨봐도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블록은 침으로 흥건했다. 그렇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느라 플라스틱의 화학적인 맛이 혀 끝에 어른거리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다 할 정도였지만, 누구도 말리지는 않았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가 1.19명인 시대. 적게 낳는 만큼 아이 한 명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의 크기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1980년대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소황제’라 불릴 만큼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하물며 중금속, 환경호르몬 등이 도처에서 인간의 몸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오늘날, 아이를 기르는 마음은 더욱 노심초사일 수 밖에 없다.

부모들은 아이가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안전’, ‘친환경’, ‘유기농’과 같은 구호가 주변에 범람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아이를 위협하는 장난감

아이의 건강을 염려해 저 먼 독일에서까지 분유를 직구해서 먹이는 요즘 부모들에게는 아이가 입고, 먹고, 쓰는 물건 하나하나가 고민거리다. 장난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플라스틱이나 금속류 장난감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그 자체가 화학물질이기도 하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첨가된 가소제다.

딱딱한 PVC를 가공하기 위해서는 성질을 물렁하게 만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사용되는데, 이는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환경호르몬 추정 물질로 이중 DEHP와 DBP 등은 생식 독성과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금속류 장신구 중에서도 빈혈과 중추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납과 카드뮴이 기준치보다 1000배 넘게 검출된 경우가 최근까지 있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과정에서 입에 물고 빨면 침에 용출된 유해물질이 아이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몸속으로 흘러들어간 유해물질은 아무리 소량이라도 아이에게는 치명적이다. 여아에게는 성조숙증, 남아에게는 생식기의 기형이나 무정자증이 될 수 있으며, 프탈레이트 중 DEHP 유해물질은 동물실험에서도 유방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아이들은 소화관을 통한 화학물질 침투율이 성인보다 높고 몸 안에 더 쉽게 축적된다.

천연 소재부터 DIY까지

플라스틱 장난감의 대안으로 나온 ‘친환경 장난감’은 최근 몇년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단순히 유해물질을 배제한 수준을 넘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데까지 이르렀을 정도다.

천연 원목이나 헝겊으로 만든 인형은 물론이고, 소금을 첨가한 천연 밀가루 소재로 만든 점토 완구, 벌 화분이나 해바라기씨 등 천연 식재료로 만든 크레파스, 먼지가 날리지 않는 항균 모래놀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아예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만드는 것이 교육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지자체 복지 사업이 늘고 있다.

오스트리아 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가 창시한 이른바 ‘발도로프 교육’이다. 슈타이너는 아이가 태어나 7세까지는 신체의 장기들이 성숙해지는 시기이므로 자신의 에너지를 지식 습득이 아닌 신체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봤다. 때문에 발도르프 유아교육에선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며 몸을 쓰고 감각을 발달시키는 놀이 활동이 주를 이룬다. 사고와 논리가 필요한 지식 교육은 이러한 유아기를 온전히 보낸 다음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장난감을 이용한 발도로프 유아교육은 완성된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교구를 사용하는 대신, 천연 밀랍을 녹여 만지며 온기를 느껴보는 것처럼 자연물로 된 장난감을 통해 신체적 감각을 충분히 자극시킨다. 직접 나무를 잘라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바느질을 통해 인형을 완성하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해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이 진행된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

‘아이의 몸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지구를 지킨다’는 의미의 친환경 장난감도 있다. 우리나라의 장난감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수많은 장난감이 만들어지고 또 버려지는 것이다. 플라스틱 장난감은 운송거리가 길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종종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경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 장난감을 사는 대신 기존에 누군가가 쓴 장난감을 물려 받아 씀으로써 환경을 지키자는 것이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의 장난감 버전이다.

전문업체는 물론이고, 전국의 지자체에서도 장난감 대여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잠깐 쓰고 나면 싫증날 것이 뻔한데 매번 새 것을 사달라는 아이의 투정에 큰 돈을 써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 효과까지 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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