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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엔 유연하게 경제엔 강하게…朴대통령, 변한듯 안변한듯
뉴스종합| 2015-03-18 11:08
朴, 수첩 적으며 쓴소리 경청 ‘달라진 모습’
靑, 정부 정책성과 자료엔 경제기조 유지 뜻
‘총체적 위기’란 文의 지적 조목조목 반박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ㆍ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3ㆍ17 청와대 100분 회동’에선 박 대통령의 표정과 반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외형상 결론적으론 과거와 달랐다. 문 대표가 초반부터 ‘경제정책 실패’ 등 직격탄을 날릴 땐 심기가 불편한 표정도 감지됐지만, 쓴소리를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경제민주화 공약 포기, 법인세 인상론 등 경제정책 관련 공방이 진행되면서부터는 박 대통령은 밀리지 않고 문 대표의 ‘창’을 막아냈다.

경제살리기에 매진해 온 집권자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어서다.

청와대는 특히 18일 ‘경제는 총체적 위기’라는 문재인 대표의 지적과 관련, ‘박근혜 정부의 정책성과’라는 참고자료를 내고 지속적인 경제활성화 노력으로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표가 요구한 경제정책 기조 대전환의 ‘프레임’을 방치했다간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수 있고, 정국 주도권도 야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읽힌다.

향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놓고 박 대통령과 야권이 잦은 충돌을 할 요소는 여럿 잠복돼 있다.

▶쓴소리 경청ㆍ추가회동 긍정검토=회동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초반 분위기는 아슬아슬했다. 박 대통령이 중동순방 성과를 거론하며 “다시 한 번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여야) 두 분 대표가 많이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모두발언을 한 뒤 부터다.

문재인 대표가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며 강공을 퍼붓고, 전월세값 폭등을 언급하며 공약 파기라고 해서다.

박 대통령은 때때로 마뜩찮은 표정을 보였지만, 메모를 하며 문 대표 얘기를 경청했다. 집권 3년차에 성과를 내야 하는 박 대통령으로선 소통의 문을 열어놔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3자 회동을 추가적으로 여는 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공격 일변도일 야당 대표와의 만남은 정치적으로 잃을 게 적지 않음에도 변화한 모습이다.

다만, 청와대는 정례화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회동 정례화에 대해 “1년에 몇 번 만나자라고 하는 게 정례화이고 어제는 요청이 있을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 걸로 안다”고 했다.

▶朴, 경제살리기 ‘배수의 진’…최경환 경질 요구엔 ‘無答’=박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대통령으로서 경제를 한 번 살려볼테니까 경제살리기법 도와달라. 야당에도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며 “국민 위해 하고 싶은 것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나”라고 했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친 셈으로, 국회 계류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9개 법안의 통과를 얘기한 것이다. 여야 대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보건ㆍ의료 부문을 제외하고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총론에선 뜻을 같이하고도 각론에선 이견의 좁히지 않은 경제 관련 사안이 다수다. 공무원연금개혁이 대표적으로, 개혁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여야및 공무원단체의 입장차로 처리시한(5월 2일)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제정책의 ‘틀’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과 문 대표의 입장차가 확연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의 법인세 인상 주장에 대해 “법인세율 인하는 과거 참여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현 정부에서는 오히려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을 인상했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경제민주화 공약 포기 지적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많이 입법화시킨 정부”라고 반박했다.

특히 문 대표가 경제정책 대전환을 요구하며 “경제수장을 교체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사실상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질을 언급하자, 박 대통령은 답을 하지 않았다. ‘초이노믹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는 이날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2년 연속 경제성장률 상승 ▷작년 고용 12년만에 최고치 등의 수치를 통해 경제가 총체적 위기라는 문 대표 지적을 반박했다. 또 법인세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세수 증가 효과도 단기적인 면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회동 후 경제정책을 둘러싼 여당ㆍ청와대, 야권간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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